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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인웨이의 수석 피아노 조율사 슈테판 크뉘퍼 [사진=삼성문화재단] |
삼성문화재단이 코로나19로 중단했던 피아노 조율사 해외 기술 연수를 3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피아노 조율사는 무대 위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피아노를 뜯고 분석하고 조율할 줄 아는 '피아노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세계적인 피아노 조율사를 알아보자면, 스타인웨이의 수석 조율사인 슈테판 크뉘퍼를 언급할 수 있습니다.
슈테판은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노 매니아'를 통해 더 잘 알려졌습니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이 '더 잘 칠 수 있지 않았느냐, 다르게 칠 수도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불만족스러워 한다"는 등의 나레이션이 관객들의 조율사 업무에 대한 이해를 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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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아노매니아(PIANOMANIA)' 속 슈테판 크뉘퍼 [사진=유튜브 First Run Features] |
격정적인 연주를 앞두고 있는 피아니스트 랑랑을 떠올리며 슈테판이 머리를 감싸고 "줄이 끊어지는 악몽을 꿨다"고 말하는 모습도 피아노 조율사들의 고충과 보람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랬던 그 역시 지난 2018년 삼성문화재단이 개최한 국내 기술 세미나에 참여해, 국내 피아노 조율사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삼성문화재단이 피아노 조율사를 지원한 것이 올해로 7년째입니다. 삼성그룹의 재단이 피아노 조율사들을 이처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피아노 조율사는 어떤 직업일까요? 이번 순서에 다뤄봅니다.
피아노 조율사들의 업무 형태는 다양합니다. 국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와 계약돼 일하거나, 전국 공연장에 소속돼 일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교회와 학원, 각종 매장에 소속될 수 있으며, 대다수는 프리랜서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와 계약하는 경우 직원처럼 일주일에 두세 번 출근해 피아노 조율 작업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통상적으로 연주장과 계약한다면 상주하며 조율하기보다는 리허설 전날이나 연주 전날, 또는 연주 당일에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아노 조율사가 되는 방식은 피아노 제조사를 통해 기술연수를 받는 방식과 피아노 조율 학원을 통해 입문하는 방식, 악기점 등 개인 업체에 취직해 배우는 방식, 개인 대 개인으로 사사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MBN 취재에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김현용 회장은 국내 자격증으로 피아노조율산업기사와 피아노조율기능사가 있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격증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령, 나이, 학력 제한이 없고 성별 제한도 없어 누구든지 도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음악을 전공한다면 피아니스트들과 소통하는 데 플러스가 됩니다. 설계를 새로 하는 '조정 작업'과 음색을 다루는 '정음 작업'을 보다 잘하고 신기술을 배우기 위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하는 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아노 조율사들이 자부심을 느낄 때에 관련해, 김 회장은 "피아노 조율사가 없다면 조성진·임윤찬도 안 나왔다"며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학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전문연주홀 등에서 올바른 음으로 경험을 쌓아간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힘줘 말했습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어쿠스틱 피아노의 수가 줄어들면서, 생산되는 피아노 수도 줄고, 학원은 더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김 회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피아노 학원과 피아노 생산 공장의 수가 상당히 많았으나, IMF 사태를 겪은 뒤 경기가 안 좋았고 아파트 소음 문제 등도 생기면서 피아노 수가 더욱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국내 피아노 제조사인 삼익의 제조공장이 인도네시아로, 영창의 공장도 중국 톈진으로 가면서, 조율사들이 업체에서 기술을 배울 기회마저 사라졌다는 전언입니다. 코로나19 시기 연주자들의 공연이 끊기면서 조율사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현재 피아노 조율사 학원의 개수는 단 3곳뿐. 과거 전국 각지에 있었지만, 현재는 수도권에만 남아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국내에서 업라이트 피아노(일반 보급용)를 조율할 때 받는 보수는 건당 15만 원, 그랜드 피아노는 15~20만 원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일부 대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은 피아노 조율사들에게 연봉이 아닌 1건당 보수를 산정해 지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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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피아노 88개 건반, 1,000개의 감정(The Piano - 88 Keys, 1000 Emotions)' 속 작업 중인 슈테판 크뉘퍼 (사진=유튜브 wocomoCULTURE) |
연주자들의 일정에 동행하는 조율사의 수도 극히 드뭅니다. 연주홀과 계약한 조율사를 쓰는 업계의 국내·외 룰 때문입니다. 해외의 유명 연주자일지라도, 한국 투어중 아는 조율사를 따로 부르는 경우는, 지방 공연일 때 등 손에 꼽을 정도로 한정적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해외 피아노 조율사들의 삶도 팍팍할까요? 김 회장은 "환경은 독일, 미국, 일본이 훨씬 더 좋다"고 말합니다. 미국과 독일에 피아노 제조사 스타인웨이가, 일본에 제조사 야마하가 있어 공부하고 실제로 취직해 일할 기회가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독일은 조율사가 아니라, 피아노를 아예 설계할 수 있는 마이스터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우스빌둥(Ausbildung – 도제교육)부터 찬찬히 밟아갈 수 있는 과정을 만든 것입니다. 일본도 전폭적인 국가의 지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한국의 피아노 조율사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는 내년에 한국에서 아시아조율사협회(한국, 일본, 대만, 중국) APTA 총회가 열리며, 내후년에는 세계피아노조율사협회 IAPBT 국제총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피아노 조율사 숫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소수 정예'이지만, 기술력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협회 측은 이러한 평가를 받는 데 그동안 해외연수 비용 등을 전액 지원해준 삼성문화재단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합니다.
MBN 취재에 삼성문화재단 류문형 대표이사는 피아노 조율사들을 지원하는 이유와 관련해 "우리나라 문화수준이 높아지면서 전국 각지에 공연장 등 하드웨어는 갖춰졌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부족했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문화 전문 인력 양성도 '문화 인프라' 중 하나로 보고 있으며, 공연 중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해도 꼭 필요한 인력이 피아노 조율사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입니다. 피아노는 모든 음악 장르의 기본이며, 여러 공연의 반주에서 쓰이는 중요한 악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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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피아노 조율 공방의 '클랑마누팍투어' 작업 영상 [사진=삼성문화재단] |
2016년 피아노 조율사 지원을 결정한 삼성문화재단은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양성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해외 연수가 지원됩니다. 제조사인 스타인웨이와 야마하, 자일러로의 연수 기회가 코로나19 기간인 2년을 제외하고 매해 무상으로 주어졌습니다.
국내 세미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2017년 세미나에 일본 야마하의 쇼팽 콩쿨 전속 조율사인 하나오카 마사노리가 초청됐으며, 지난해는 독일의 우수 피아노 조율 공방인 함부르크의 '클랑마누팍투어'의 작업 영상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의 대표적인 피아노 조율사는 누가 있을까요? 국내 1호 피아노 조율사인 이종열 명장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예술의전당을 전담하는 조율사 이종열 명장이 지난 2021년 한 TV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해 각종 일화를 겸허히 소개한 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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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열 피아노 조율사, TV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 출연 모습 [사진=유튜브 유 퀴즈 온 더 튜브] |
국내에서 활동하는 피아노 조율사는 총 1,500명에서 2,000명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협회에 소속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는 "전국의 피아노 대수가 교회만 합산해도 4만~5만 대인데, 600명이 관리할 수는 없다"며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대학교의 관련 과가 생기고, 각 학교와 학원도 정기적으로 피아노 조율을 하도록 권고하는 입법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