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도시의 놀라운 환골탈태 『기적의 도시 메데진』
“『뉴욕타임스』 등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탐사보도 기자 마이클 모스의 신작이다. 가공식품 업계를 고발한 『배신의 식탁』(2013)의 후속편이라 할 이 책은 식품 업계뿐만 아니라, 수요자인 우리들의 식탐을 정조준한다.”
이 책의 1부는 음식이 술, 담배, 약물보다 훨씬 더 중독성이 강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나열한다. 연구에 따르면 음식에 끌리는 건 우리의 본능이다. 선사시대 화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인간은 코부터 장, 체지방에 이르기까지 몸 전체가 단순히 음식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음식을 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간이 값싼 음식에 쉽게 중독되는 건, 생물학적 특성상 노력이 적게 들수록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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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모스 지음 / 연아람 옮김 / 민음사 펴냄 |
그런데 음식 중독이 오히려 해가 된 것은 불과 최근 40년의 일이다. 이유는 음식이 변해서다. 거대 가공식품 기업은 설탕, 소금, 지방을 무기로 삼아 뇌의 원시 영역을 자극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식품 기업은 과거 달지 않았던 음식에 60가지가 넘는 설탕을 첨가했고, 우리는 모든 음식이 아주 달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인간의 뇌에는 강박적 행동을 유발하는 자체적인 화학물질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파민이다. 신경 자극으로 측정한 결과 도리토스 스낵만으로 코카인이 야기하는 정도의 갈망을 일으키진 못한다. 그러나 중독의 한 가지 특징은 물질이 뇌를 자극하는 속도다. 뇌를 자극하는 데 가공식품보다 빠른 것은 없다. 담배 연기가 뇌의 보상회로를 작동시키는 데는 10초가 걸리지만 설탕은 0.6초면 충분하다.
동시에 중독은 기억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음식과 관련한 기억은 다른 어떤 물질보다 강력하고 오래 지속된다. 어릴 적 식습관이 평생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 예다. 저자는 직접 뇌 스캔 실험에도 참여했다. 피험자가 음식을 맛보는 순간 쾌락의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아이스크림을 예전보다 더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것을 참지 못하고 먹는 일이 많아졌다. 왜냐하면 과거의 탐닉을 기억하며 더 갈망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맥도날드 간판만 봐도 배가 고파진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게 아니라 자신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2017년 예일대의 애슐리 기어하트는 미국인 대상 조사에서 15%가 음식 중독 기준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은 심각한 중독이었다. 비만 같은 과식 장애까지 포함하면 음식은 우리가 자제력을 잃는 물질 중 약물과 술의 중독성을 능가한다는 뜻이다. 편의성도 무서운 함정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4분의 3은 그대로 혹은 가열만 하면 먹을 수 있다. 편리한 음식은 자제력을 잃기 쉽게 만들고 제품을 훨씬 더 많이 팔리게 만든다. 거대 기업 네슬레의 직원 회의에 들어간 저자는 가장 인기 많은 60가지 제품의 개발자들이 제품 일부가 중독의 생물학적 원리에 어긋나는 문제를 해결하려 끝장 토론을 벌이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저자는 음식과 식습관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는 전략으로 흡연, 약물, 스마트폰 중독 문제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이용하자고 권한다. 우리 안에 있는 고대 인류의 DNA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 공장이 흉내낼 수 없는 음식과 조리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음식의 풍미를 인식하고 음미하는 것, 식사에 대한 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기억을 만드는 것. 저자는 이런 실천이 식사를 위한 자유의지 회복의 첫 걸음이 될 거라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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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남 지음 / 서해문집 펴냄 |
메데진은 마약상들의 혈투를 다룬 드라마 ‘나르코스’의 무대가 된 도시다.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로 본거지이자 빈곤과 폭력의 무대로 불리던 이 콜롬비아 제2의 도시는 2020년대 들어 환골탈태를 했다.
도시학자 박용남의 신작은 ‘도시혁명 프로젝트’ 3부작의 완결편이다. 지구 반대편 1만4000km를 날아가 현지를 찾은 저자는 메데진의 사람과 공간을 인터뷰하고, 상처로 가득한 도시의 역사와 영혼을 대면했다. 이 책은 메데진의 성공에는 정치인과 도시계획가 등 혁신적 리더십과 도시침술과 사회적 도시계획이라는 비전이 있었다고 해석한다.
메데진 부활의 핵심은 교통이었다. 메트로(전철), 트란비아(노면전차), 메트로케이블(케이블카), 메트로플러스(간선급행버스), 엔시클라(공공자전거)로 이름 붙은 메데진의 새로운 교통수단은 끊어진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7호(23.2.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