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병선 박사의 노력으로 외규장각 의궤가 프랑스에서 고국으로 귀환된 10년을 맞아 열린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간 축적된 외규장각 의궤 연구 성과를 대중적인 시선으로 풀어냈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은 의궤 297책의 해제와 원문, 반차도, 도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외규장각의궤 DB를 구축했고 학술 총서도 6권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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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전 포스터(사진 국립중앙박물관) |
의궤는 조선 시대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행사가 끝나고 그 전체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그중에 단 1부는 최고의 화가와 장인들이 참여하여 최상급 재료로 정성스럽게 엮어 어람용 의궤를 왕에게 올렸다. 왕이 열람한 후에는 강화도 외규장각에 모아 보관했다. 우리가 지금 ‘외규장각 의궤’라고 부른 것이 바로 그것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로 건너간 외규장각 의궤는 145년 만에 고국의 품에 안겼다.
오직 왕만을 위해 만든 의궤는 생김새도 귀하지만 내용은 더욱 귀하다. 의궤는 ‘의식의 궤범’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중요 의식의 모범을 세우기 위해 만든 책이다. 바른 정치를 위해 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실천 방법을 담고 있다. 의식을 모범적으로 치러야 했던 이유는 의식을 거행하는 장면에서 사회 구성원 사이의 질서가 확인되고, 또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질서 속에서 조화로운 모습, 이것이 조선의 왕이 추구했던 바른 정치의 참모습이다. 그렇다면 모범적인 의식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의궤가 알려주는 방법은 바로 올바른 예법을 잘 따르는 것이다. 올바른 예법으로 바른 정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에서는 어람용 의궤의 가치를 조명한다. 의궤 속 자세하고 정확한 기록과 생생한 그림으로 읽어낸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정수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 행사의 전 과정 종합보고서인 셈. 2부 ‘예로서 구현하는 정치’는 의궤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조선의 예치가 담고 있는 통치 철학을 살펴본다. 왕의 위엄을 높이고 왕실의 존엄을 세우는 예로서, 충신을 우대하고 백성들을 돌보는 예로서 나라의 근본을 담았다. 3부 ‘질서 속의 조화’는 각자의 역할에 맞는 예를 갖춤으로써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시품에서는 한마디로 ‘어람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의궤는 매번 3부 내지 9부를 만들었는데 그중에 최고급 재료로 지극한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 어람용 의궤이다. 여기에는 비단 표지와 반짝 빛나는 놋쇠 장식, 깨끗하고 윤기가 나는 고급 종이에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쓴 글자까지, 눈길을 사로잡지만 과하지 않은 화려함, 우아함이 배어 있다.
또 의궤의 정수는 그림일 수도 있다. ‘효종국장도감의궤’인 ‘발인반차도’는 관원 및 기물들이 정해진 대로 늘어선 행차 모습을 그렸다. 또한 복식, 의장물, 건축물의 구조 행사 장면 등을 그린 도설은 대상의 세부 특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는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진을 보듯 국가 행사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귀중한 시각자료이다. ‘문효세자책례도감의궤’를 보자. 왕세자를 정하는 의례를 ‘책례’라고 하며, 정전에서 장중하게 거행했다. ‘국본國本’을 세우는 중요한 일인만큼 책례가 끝나면 기록도 철저하게 남겼다. 책례 준비 논의 내용, 업무 분장에서부터 각 기물의 배치와 의례가 진행되는 동안의 왕세자 동선까지 기록했다. 의례 때에는 왕세자임을 증명하는 상징물로 옥으로 만든 도장인 옥인, 왕세자 책봉의 글귀를 적은 죽책과 교명을 하사하는데 이 상징물도 의궤에 포함되어 있다. 크기, 재질, 무게는 물론 어떤 형태인지 알기 쉽도록 도설도 추가해 지금 남아 전하는 실제 옥인과 똑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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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효세자 왕세자책봉 옥인-국립고궁박물관 |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간: ~2023년 3월19일
시간: 월, 화, 목, 금, 일 10:00~18:00(입장 마감 17:30) / 수, 토 10:00~21:00(입장 마감 20:30)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6호(23.2.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