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다 알지만 가슴이 뛴다. 만화 ‘슬램덩크’에서도 최고 명경기였던 ‘산왕전’을 메인으로 다루는 영화는 강백호 대신 ‘북산의 돌격대장’인 포인트 가드 송태섭을 내세웠다. 개봉 4주차에 누적 관객수 200만 명(2월1일 기준)으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순위 TOP5에 오른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4주차에도 ‘N차 관람’ 몰이 중이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사진 NEW) |
영화는 태섭의 어린 시절로 시작한다. 형을 통해 농구를 배우던 어린 태섭이 상대의 빈틈을 찾는 법을 알아낸 뒤 형의 품에 안기는 장면에서부터 울컥하기 시작한다. 지역 유소년 농구계에서 주목받던 태섭의 형 준섭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태섭의 정신적 지주였으나 배 사고로 그마저 태섭의 곁을 떠난다. ‘형 대신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소년 태섭은 적당히 무뚝뚝하고 쿨하게 성장한다. 영화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과 산왕공고와의 현재 경기 장면으로 다시 돌아온다. 산왕전 경기를 메인으로 하는 영화는 송태섭 외에도 정대만과 채치수 등 북산고 5인방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일본에서 ‘아바타’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한 극장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너의 이름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국내에서도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5위에 올랐다. 1992년에 국내 첫 소개된 이후 1400만 부 이상 판매라는 경이적인 판매기록을 세운 만화 『슬램덩크』를 읽고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 보며 울고 웃었던 관객들이 극장으로 달려간 결과다. 과거 장면에는 2D, 다이내믹한 현재의 농구 경기 장면에서는 3D CG를 활용했으며,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와 해설 장면은 과감히 빼고, 공을 넣고 뺏는 과정의 템포와 간결함을 남겼다. 경기 내용과 결말, 대사도 알고 있지만 125분이 결코 지겹지 않게 흐르는 이유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직접 각본과 감독에 참여해 작화를 대폭 업그레이드시켰다.
영화는 원작에서 상대적으로 개인적 서사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택했으며, 만화 속 세세한 개그보다는 ‘농구다움’이 무엇인지 담아냈다. 캐릭터 각자의 개성은 유지하면서도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 공중에 흩날리는 땀방울, 유니폼과 운동화의 생생한 질감뿐 아니라,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을 하는 순간의 타이밍 등 마치 실제 농구 경기를 보듯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냈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는 대신, 만화의 본질을 잘 살려내면서도 『슬램덩크』를 모르는 MZ세대에게도 어필하도록 영화적 장치와 재미를 더했다. ‘왼손은 거들뿐’, ‘포기하는 순간 시합 종료’ 같은 레전드 명대사와 함께 ‘투혼’과 ‘열혈’ 같은, 요즘은 잘 말하지 않는 감정들을 담아냈다. 관객들은 아픔을 극복하는 송태섭과 결코 포기를 모르는 강백호와 서태웅, 정대만을 보며 함께 뜨거웠던 과거의 나와 만난다. 더빙 버전과 자막 버전 중 기호에 맞춰 선택하면 되겠으나, 국내 최고 성우진이 참여한 더빙판을 추천하는 목소리가 많다. 강백호 역은 ‘명탐정 코난’ 남도일, ‘원피스’ 루피 역의 강수진 성우가, 송태섭은 ‘데스노트’ 시리즈 L, 마블 시리즈의 로키 등을 맡은 엄상현, 정대만은 ‘귀멸의 칼날’ 렌고쿠 쿄쥬 역의 장민혁이 맡았다. 일본 인기
[글 최재민 사진 NEW]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6호(23.2.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