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문화재'로 등록했는데…알고 보니 日 시계점서 제작

↑ 등록이 말소된 은제이화문화병/사진=연합뉴스

왕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 여겨졌던 은 공예품이 실제로는 일본의 한 시계점에서 만들었던 것으로 확인돼 14년 만에 문화재 등록이 말소됐습니다.

7일 학계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이달 초 관보를 통해 국가등록문화재인 '은제이화문화병'(銀製李花文花甁)의 문화재 등록을 말소한다고 고시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은제이화문화병 바닥 면의 '小林(고바야시)' 압인(押印·도장 등을 찍음)은 일본 도쿄의 고바야시토케이텐(小林時計店) 제품임이 확인돼 등록을 말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바닥에 찍힌 한자 '소림(小林)'이 과거 일본의 유명한 유명한 시계점이자 미술품제작소인 '고바야시 시계점'을 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은 2009년 이 유물을 등록문화재로 올리면서 '왕실에서 사용하는 공예품을 제작하기 위해 설립된 이왕직미술품제작소에서 1910년대에 제작'했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문화재 현장에서는 이 유물을 다시 조사해야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병 아랫면에 고바야시를 뜻하는 압인이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계에서는 오얏꽃 문양(이화문)을 가진 공예품은 일단 이왕직미술품제작소에서 만들었다고 보는 시각을 비판하는 의견도 적잖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문화재위원은 "압인을 볼 때 고바야시토케이텐에서 제작한 것이 명백하다"며 "이왕가에서 주문한 것인지 상업적 이유로 제작 판매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조선 공예의 맥을 잇거나 왕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2009년 당시 문화재청은 한국전통문화연구소를 통해 '근대 공예유물 문화재 등록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해 공예 분야 전문가 조언을 받은 바 있는데 당시 문화재위원과 전문가들은 유물의 형태, 보존상태, 제작 기법 등을 현장 실사했으나 '고바야시' 압인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편 은제이화문화병의 문화재 등록은 말소됐지만,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계속 관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양서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1023ashl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