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만화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북산고 농구부 2학년 포인트가드 송태섭(가운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사진 = NEW 제공 |
"왼손은 거들 뿐"
1990년대 농구 붐을 일으키며 전세계적으로 1억 2000만 부가 판매된 만화 '슬램덩크'가 내일(4일)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개봉합니다.
연재 종료 26년 만에 개봉한 것으로 지난달 일본에서는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흥행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선 원작 만화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인 1992년 처음 소개됐는데, 당시 심의규정에 따라 출판사인 도서출판 대원이 일본 지명·이름을 모두 한국식으로 바꿨습니다.
쇼호구 고등학교는 '북산 고등학교'로, 사쿠라기 하나마치는 '강백호'로 현지화됐습니다. 이번에 개봉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한국어 자막·더빙판 모두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은 일찌감치 극장판을 제안 받았지만 파일럿 영상이 생각과 다르다며 10여년 간 거절하다 2014년에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 퀄리티가 "영혼이 들어가 있는 표현"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린 겁니다.
↑ 4일 개봉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사진 = NEW 제공 |
영화에선 원작 팬의 가슴을 뛰게 한 명대사도 쏟아져 나옵니다.
북산고 농구부 풋내기 강백호가 주장 채치수에게 배워 읊조리는 슛동작의 비결 "왼손은 거들 뿐"부터 경기 중 선수 교체 지시를 거부하며 말하는 "영감님의 영광이 시대는 언제였죠? (중략) 난 지금입니다" 등 만화를 보지 않았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사들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작 인기 캐릭터인 1학년 강백호, 서태웅이나 3학년 채치수, 정대만이 아닌 조연으로 인식돼온 2학년 송태섭이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키 168㎝라는 불리한 신체 조건을 타고난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극복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원작 만화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성장 배경도 그려냈습니다.
이노우에 감독은 영화사 사전 인터뷰를 통해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면서 송태섭을 주연으로 세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가 상당히 깊게 그려졌다"며 "연재할 때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시야가 넓어졌고 그리고 싶은 범위도 넓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한국어 더빙
송태섭은 마블 시리즈 로키 역의 엄상현 성우가 참여했고, 강백호 친구 이용팔은 '슬램덩크' 팬을 자처한 배우 고창석이 연기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