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큼 뜨거운 열기는 아니지만, MZ세대 관심 '여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역대 콜렉션 중 가장 큰 규모의 낙찰액인 2조 원의 기록이 나오면서 미술계 전반의 여파가 상당합니다.
앞서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9~10일,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의 500여년의 미술사를 포괄하는 소장품이 '자선 경매'에 나와 낙찰된 총 금액은 16억 2천만 달러(약 2조 1,680억 원). 당초 크리스티 뉴욕이 예상한 낙찰액 규모인 10억 달러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최고가로 낙찰된 조르주 쇠라의 1888년작 '모델들, 군상'은 우리 돈으로 약 2,000억 원에 팔려, '그들만의 세상'이란 반응도 나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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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주 쇠라의 1888년작 'Les Poseuses, Ensemble (Petite version)' [사진=크리스티] |
값어치가 있으면서도 접근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가격대의 작품을 골라볼 방법은 없을까요?
국내 미술 경매사 관계자 취재를 통해 정리한 초보 콜렉터를 위한 A~Z입니다.
주요 경매 일정부터 살펴볼까요? 크리스티는 폴 앨런 세일이 끝난 직후 미국 현지시간으로 17~19일 기존 경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17일 21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제프 쿤스,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헤링 등의 작품이, 18일에 전후 현대 미술 관련 조안 미첼, 앤디 워홀의 작품이 나왔고, 19일은 인상주의 시대의 오귀스트 로댕,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3대 경매회사로 손꼽히는 업체인 소더비와 필립스, 두 곳의 11월 주요 경매는 끝난 상태입니다. 앞서 현지시간 14일 소더비에 휘트니미술관의 이사회 회장을 지냈던 데이비드 솔링거의 컬렉션(호안 미로, 파블로 피카소,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의 작품)이 등장해 큰 화제가 됐고, '근대 미술품 이브닝 세일'에선 경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피에트 몬드리안의 대표작인 ‘구성 Ⅱ(1930)'이 나왔죠. 필립스옥션에서는 15일부터 16일까지 20세기와 현대 작가로 앤디 워홀, 르네 마그리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다수가 출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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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트 몬드리안의 1930년작 'Composition Ⅱ' [사진=소더비] |
국내에서는 서울옥션이 오는 29일 홍콩옥션을 열어 홍콩과 서울 동시 경매를 진행하죠. 여기에서 세계 현대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의 80호짜리 초록색 '호박'과 국내 김창열, 유영국, 이건용, 이우환, 이배, 박서보 등 작가의 작품이 나옵니다. 케이옥션은 오는 23일 백남준이 1991년 제작한 2개의 아기로봇, 김환기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후 그린 ‘북서풍 30-VIII-65’ 등 총 104점 작품의 새 주인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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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준의 1991년작 '아기로봇' [사진=케이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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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국의 1975년작 'Work' [사진=케이옥션] |
여기에다 마이아트옥션이 그제(17일) 고미술품 중심 경매로, 왕실용 <십장생도>와 조선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왕행차도>, 그리고 겸재 정선, 복헌 김응환, 긍재 김득신의 작품 등 110점가량의 문화재급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국내 경매회사들로는 이외에도 아트데이옥션, 아이옥션, 라이즈아트, 에이옥션, 칸옥션, 토탈아트옥션, 꼬모옥션('22년 상반기 낙찰총액 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이 있습니다.
이같은 주요 일정은 각 경매회사의 홈페이지나 앱, 경매회사로부터 받은 도록 등으로 확인할 수 있고 모두 같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여기에는 비교적 저렴한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까지 함께 소개돼 있습니다. 작품마다 추정가는 예컨대 4,000만~8,000만원 식으로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작은 단위 금액은 작품의 가치에 비춰 볼 때 추정되는 최저가격이고 실제 경매는 이 가격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경매 종류는 오프라인 경매와 온라인 경매로 나뉩니다. 먼저 온라인 경매는 미술품 경매의 대중화를 위해 24시간 응찰이 가능하게 했고 해외에서도 클릭 한번으로 그림을 살 수 있게 한 것으로, 회사에 따라 격주 또는 매주 진행됩니다.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경매에는 메이저 경매로 가기에는 작가의 최고 전성기 작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작품, 크기가 다소 작은 작품, 대가의 종이 작품이나 드로잉 작품, 원화가 아닌 에디션을 달고 탄생한 판화 등이 등장합니다. 때문에 여유 자금은 적지만 경매에는 참여하고 싶은 초보 경매자라면 온라인 경매가 추천됩니다. 가격대는 수백만 원대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대이고, 최대 1억 5천만 원 상당이 대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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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e BID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Ⅱ의 이건용, 김구림 작품 [사진=서울옥션] |
온라인 경매는 마감까지 시한을 정해두고 진행하는데 이른바 '눈치싸움' 끝에 마감 시점 직전에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매 마감 시간 30초 전에 새로운 응찰이 있을 경우 마감시간이 자동으로 30초 연장되는 식인데요. 순차 마감 방식이라, 마감 시한이 예컨대 오후 2시여도 경합이 붙는다면 몇 분 뒤 다소 늦게 마감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오프라인 경매의 메이저 경매는 한 달에 한번씩 열리며, 주요 근현대 작가와 해외 유명 작품, 고미술까지 경매회사의 가장 고가의 작품이 출품됩니다. 오프라인 경매의 라이브 경매 참여 방법은 4가지입니다. 먼저 미리 원하는 작품의 최고가를 선정해 참여하는 서면응찰이 있는데, 같은 가격이라면 서면응찰 참여자에게 작품이 낙찰됩니다. 이외에 현장에서 직접 패들을 들고 참여하는 현장응찰, 담당 직원과 실시간 대리로 응찰하는 전화응찰, 홈페이지에서 경매 상황을 보며 응찰하는 온라인 라이브응찰이 있습니다. 다만, 회사에 따라 서면과 전화 응찰은 당일 1시간 전에 마감되기도 합니다. 국내 경매회사에서 메이저 경매 가격대는 5억 원 이하부터 많게는 몇십억 원대입니다.
모든 경매에는 참여하기 전에 경매회사의 프리뷰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프리뷰는 출품된 모든 작품을 감상하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로, 경매가 이뤄지기 전에 일정 기간을 두고 작품을 있는 그대로 출품하는데요. 응찰 여부와 관계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사진으로만 보는 것과 실물을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기에, 후회 없는 구매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낙찰에는 수수료가 붙습니다. 수수료의 액수는 회사마다 달라지는데, 국내 일부 경매회사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서울옥션에서는 일괄 18%(부가가치세는 별도)의 구매 수수료가 듭니다. 케이옥션은 라이브옥션은 부가세 포함 낙찰가의 16.5%이고, 온라인 경매는 가격대별로 수수료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온라인 경매 1천만 원 이하 낙찰가에서는 부가세 포함 낙찰가의 19.8%, 1천 만원을 초과할 때는 1천 만원 이하에 대한 19.8% 적용에다 초과분에는 16.5%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미술품에는 취득세와 보유세가 없습니다.
어떤 작품을 선별하는 게 좋을까요? 취향대로 작품을 사고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취향과 원하는 적정선의 가격대 등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취향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가의 대표적인 특징이 잘 살아있는지, 내용의 완성도가 있고 붓터치도 남아있는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작품 공부가 우선인데, 화가 자체에 대해 공부하고, 최근 국내외 평균 시장 가격과 판화 가격 등을 알아야 자기 확신으로 이어집니다. 미술품 거래가격 비교 사이트뿐 아니라, 소더비와 크리스티, 국내 서울옥션 등 경매회사 홈페이지에서 화가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작품별로 기존의 낙찰가가 어떠했는지 모두 직접 찾아볼 수 있습니다.
투자를 위해 미술품을 고민할 때는 미술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해외와 국내의 작가들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미술품은 애초에 감가상각이 없기 때문에 장기투자 관점에서 수익률이 좋은 편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왔던 작가들을 주목하는 것도 좋습니다. 한 예로,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등 단색화 계열 작가들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2015년을 기점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가격이 올랐으며 이후 생긴 인지도로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위미술 공동기획전이 열리는 이건용·이승택·김구림·성능경 등도 주목받을 만 합니다.
다만, '트렌드'가 생겨서 미술품의 가격이 오르고 내린 경우라면, 떨어질 수도 있기에 큰 변동성을 예상하고 감내해야 합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새롭게 인기를 끈 것은 흑인 작가나 아시아 작가 등 소수인종 작가와 여성 작가입니다. 남미 출신의 마리아 베리오(Maria Berrio)와 베트남계 이민자 출신 안나 웨이언트(Anna Weyant), 1990년생 루시 불(Lucy bull) 등, 흑인 작가 케리 제임스 마셜(Kerry James Marshall)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사라 휴즈(Shara Hughes)와 로이 할로웰(Loie Hollowell)의 작품은 최근 낙찰가가 주춤한 모습입니다. 스페인 출신 조르디 리베스와 호주 출신 조르디 쿼익 등도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인정이 될 때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합니다.
시장에 진입하는 콜렉터들의 성향에 따라서도 일부 작품들의 경우 가격에 다소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에 기대, MZ세대의 뜨거운 열기로 국내 미술 시장에서 각광받는 작품들이 달라지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들 MZ세대의 성향에 따라 캐릭터를 쓰는 작가들이나, 색채감이 화려한 작가들이 주목을 받았는데, 현재 다소 주춤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MZ세대의 관심을 모은 작가 중 김선우와 우국원 등의 작품은 여전히 작품 가격이 크게 오른 채로 미술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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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옥션 11월 경매 김선우, 우국원의 작품 [사진=케이옥션] |
추정가는 경매회사가 작품의 컨디션과 실제 인지도, 작품 내용과 연도 등을 보고 적정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금액을 고객들이 참고하라고 적어 놓은 것입니다. 보통 추정가보다 10~20% 정도 낮은 금액이 시작가가 됩니다. 추정가의 최고 금액은 경매회사가 보기에 현재로서 최고치의 값어치를 계산했을 때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정가로 가치가 정확히 표현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은 경쟁이 붙어서 꼭 사야겠다는 마음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과도한 가격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경매는 대체로 추정가 내에서 이뤄지지만, 때에 따라 유찰이 되기도, 추정가의 최고가보다 수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낙찰되기도 합니다.
판매를 위해 경매에 미술품을 내놓으면 '위탁자'가 됩니다. 경매회사의 감정을 받고나서 경매가 이뤄지면, 위탁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대금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출품작이 낙찰되면 서울옥션에서는 낙찰가의 10%(부가가치세는 별도)가 위탁수수료로 부과됩니다. 즉, 살 때에도 팔 때에도 미술품 매매에는 수수료가 들기 때문에 '미술품 투자'를 생각한다면 이 점을 꼭 감안해야 합니다.
작품을 팔 때는 경우에 따라 양도세가 부과됩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데, 양도세는 2013년도부터 양도가액이 한점당 6,000만원 이상인 것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양도가액 6,000만 원 미만이라면 비과세인 것입니다. 또, 양도일 현재 생존해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이나 국가지정문화재인 경우 등이라면 양도세 부과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국내 작가가 사망했거나 해외 작품인 경우, 미술품 기타소득 실효세율 2.2%~4.4%를 내게 됩니다. 미술품 양도차액이 1억 원 이하라면 필요경비의 90%를 인정해, 다시 말해 제한차액 1,000만 원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양도차액이 1억 원을 초과하면 필요경비의 80%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작품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다시 90%를 비용으로 인정해줍니다.
한편, 판매할 때는 특히 진품 인정이 중요할 것입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