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백남준이 한국 미술에 끼친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립니다.
백남준은 기술의 발전 속도뿐 아니라, 국제화나 소수민족으로서의 정체성도 고민했는데요.
그 흔적을 김문영 기자가 보고 왔습니다.
【 기자 】
몽골제국을 건설하고 세계를 호령한 칭기즈 칸이 TV모니터를 싣고 자전거를 탔습니다.
기마병의 속도로 세계를 재패한 아시아의 과거와 미래가 전자 고속도로로 연결된 겁니다.
백남준이 인터넷이 가져올 새 패러다임을 예측하며 1993년에 내놓은 이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백남준의 귀국 이후 시점부터 한국 작가들의 동료이자 선구자로서 제작한 백남준의 작품들이 공개됩니다.
당대에 백남준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은 우루과이 라운드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될 때 곡물을 전시하거나, 과학 기술에 대한 반응으로 자동차 등을 전시장에 직접 전시했습니다.
▶ 인터뷰 : 이수연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백남준 선생님이 들고 들어왔던 키워드를 바탕으로….국제화, 세계화 같은 키워드가 가장 큰 키워드였다. (그리고)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좀 더 밝은 미래를 꿈꿨던 부분들…. 또 하나 키워드는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백남준의 주요 작품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 13개 중 6개도 첫 전시 이후 처음으로 한곳에 모여 전시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끕니다.
예술의 고급화에 맞서 대중매체 TV를 택한 자신이 '예술 깡패'라고 말한 백남준은 누구보다 세계에 한국을 소개하고 싶어한 매개자입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상설 한국관이 자리잡게 하고 후대 작가의 길을 터준 인물도 백남준.
백남준의 작품을 회고하며 한국 미술계가 또다른 상상과 실험 가능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문영입니다. [kim.moonyoung@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김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