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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콘서트홀] |
"앞으로 동시대 음악에 매진할 생각이에요."
그는 부산시향과의 협연곡으로 작곡가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선택했다. 이 곡이 무대에서 연주되는 것은 2001년 초연된 후 약 21년 만이다.
"저는 현존하는 작곡가와 작업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다고 느껴요. 도전할 때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하거든요. 21세기에 사는 음악가가 21세기의 음악에 관심이 없다는 건 말이 안돼요."
그가 현대음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는 활동 무대를 유럽으로 옮기면서부터다. 2015년 이탈리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그는 새로운 음악적 동력을 얻기 위해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교에 진학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렇지만,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동시대 음악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거든요. 특히 유럽에서는 현대음악에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저도 어느 순간부터 현대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현대음악과의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찾은 거 같아요."
그는 현대음악이 고전 음악들과 다른 특성 탓에 연주할 때는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듣는 이들이 현대음악 자체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저는 현대음악이 쉽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서울 어느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듣는 소리가 있다면 그게 현대음악이에요. 너무 새로운 개념이라 두려워할 수 있지만, 그냥 즐기면 돼요. 공연장이 놀이동산이고 연주곡이 놀이기구라면, 관객분들은 와닿는 걸 충분히 즐기면 되는 거에요."
그가 현대음악에 집중하려는 것은 생명력이 긴 연주자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도 정체하는 연주자를 많이 보게 돼요. 잠깐 반짝이고 사라지는게 두려워요. 어떻게 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죠.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임한다면 점진적으로 꾸준히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두 번의 콩쿠르 우승을 사이에 두고 방황하는 시기를 겪었던 양인모는 이제서야 안정감을 찾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스스로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느껴요. 작년 12월에 콩쿠르 출전을 결심할 때까지만 해도 갈 곳을 잃은 느낌이었거든요. 유럽에서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변화가 필요했어요. 음악적으로 듣는 귀도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싫어했던
최근 작곡 공부에도 빠져있다는 그는 자신이 현대음악임을 증명하는 악사가 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하고싶은 것은 제 곡을 만드는 것이에요. 만약 제가 협주곡을 만들어서 직접 연주할 수 있다면 상상만해도 행복해요. 대신에 쓴다면 잘 쓰고 싶어요."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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