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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승은 개인전 '미끄러진 찻잔'이 열리고 있는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
레트로 감성의 젊은 작가는 일상적인 장면에서 사랑스러움과 공포가 공존하는, 개성 강한 조형 언어를 구사한다. 본격적인 의미에서 그의 첫 개인전이라 할 수 있는 '미끄러진 찻잔'이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11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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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미 아트사이드 갤러리 대표 |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테이블이다. 우리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곳에 있는, 인간관계 속에서 비롯된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친숙한 소재와 함께 다가온다. 작가는 '매니악 맨션' 같은 아케이드 게임과 1960년대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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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을 수 없는 것들, 162.2x130cm, oil on canvas (2022) |
미술평론가 안소연은 "작가는 형태의 윤곽 너머에서 색채의 관계로 재매개된 형상들의 어울림을 좀 더 추상적이고 실존적인 것으로 규명해 보이려 한다"면서 "형상의 출현을 도왔던 추상적 장소로서의 윤곽을 (빛에 의해) 임시적으로 구축된 한시적 지지체로 전락시켜 놓았다"라고 평했다.
이혜미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는 역량 있는 신진 작가 발굴에 열성이다. 연초 마다 젊은 유망 작가들을 모아 3인전을 전통처럼 펼치면서 송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송 작가 특유의 몽환적인 색감이 자꾸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나만의 공간에 감춰두고 보게 된다"며 "본인만의 조형 언어가 분명해서 어떤 장르든 송승은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한다. 갤러리 층고가 5m나 돼서 젊은 작가 소품 전시가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 대표가 대뜸 "300호 그릴 수 있냐?" 물었고, "할 수 있다"라는 답에 믿고 맡겼다. 이 대표는 이번에 작품을 보니 작가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서 제대로 보여줬기에 기뻤다. 그는 "송 작가의 작품이 우리 갤러리 공간에서 다른 중견 작가와 맞먹을 정도로 정말 단단하다고 생각했다"며 "고야나 렘브란트 등 미술사에 중요한 작가들을 연구하면서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이 미덥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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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 태엽 화분, 150x150cm, oil on canvas, 2022 |
작업과정의 흔적을 남기고 수수께끼를 나누고픈 작가다.
동화 같기도 하고 만화 같은 도상에 해체주의적인 구성, 몽환적인 색감이 특징이다. 화랑미술제와 아트부산 등 아트페어에서 작품 구매 '오픈런'을 일으켰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과 학사를 마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렘브란트의 초상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피카소의 대작 '아비뇽의 처녀들' 원화를 뉴욕에서 처음 보고 유파를 넘어서 화가의 자세에 대한 결심을 굳히게 됐다.
최근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하는 추세에 역행해 유채 물감만 낼 수 있는 반투명의 미묘한 색감을 살리고 싶어 유화만 고집한다. 빛과 채도를 맞춰서 통일성 있게 색감을 표현하는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벼운 대중문화 이미지가 인간 본연의 갈등이나 감정 등 무거운 주제와 긴장감을 일으키는 주제를 지속해서 발전시켜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송 작가는 "지나간 흔적처럼 약간 밑그림을 남겨서 뭔가를 얘기하거나 '알아맞혀 봐' 하고 수수께끼를 던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홍대 선배와 결혼한 전업 작가 부부로 주 7일 낡은 상가건물에 있는 공동 작업실로 출근해서 자정 넘어서까지 작업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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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호 크기 대작 'Overgrown Plants1.2'앞에 선 송승은 작가 |
2세 갤러리스트다. 1999년 부친이 인사동에서 시작해 2010년 통의동으로 이전한 갤러리에서 2021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그전까지 아트사이드 베이징 지점 디렉터와 서울점 실장으로 14년을 일했다. 아트사이드는 2000년대 초반 쩡판즈와 장샤오강 등 중국현대미술 작가를 소개했고 베이징 따샨즈에 지점을 열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신만의 조형 언어가 분명한 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한다"라며 "회화 속성상 시각적으로 우리 눈을 사로잡으면서도 본인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밝혔다.
기존에 함께 한 중견 작가들 외에도 이 대표는 미국 아트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신진 작가 발굴에 적극적이다. 현재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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