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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시리즈 앞에 선 허수영 작가. [사진 제공 = 학고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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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섯(Fungi)` [사진 제공 = 학고재] |
허수영의 개인전이 6년만에 학고재 스페이스1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OCI 미술관 등이 작품을 소장한 주목받은 젊은 작가다. 11월 19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지난 7월 청년작가전 '살갗들'에도 선보인 신작을 포함해 23점을 선보인다.
길게는 10년 이상 한 작업을 이어가는 그의 그림에는 마침표가 쉽게 찍히지 않는다. 개막일인 14일 만난 그는 "그림이 마음에 들 때까지 그린다. 도감을 그릴 땐 마지막장까지 그리고, 계절을 그릴 땐 겨울이 되면 끝이 난다 마음 먹고 작업을 했을 뿐이다. 더 이상 이 그림은 못 그리겠다 할 때까지 그렸는데도 나중에 다시 그리고 싶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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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03`[사진 제공 = 학고재] |
작가는 6년 전과 달리 정주성(定住性)을 얻었다. 2010년 서울과기대 조형예술과 석사를 마친 뒤 부유하는 삶을 살았다. 9개의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1년마다 이사를 했다. 3년 전 결혼 후 정착하면서 조경기능사인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식물을 가꾸거나 키우는 삶을 살게됐다. 정원에서 그는 자연이란 '우주'를 발견했다. 잠시 머문 곳의 풍경을 쓸쓸한 온도로 그려온 그의 캔버스가 식물과 곤충을 담아내기 시작한 이유다.
아내와 함께 방문한 농장에서 우연히 보게 된 꽃밭의 모습은 마치 우주 같았다. 우주처럼 보이는 꽃밭을 그린 작품이 올해의 신작 '무제 13'과 '무제 14'다. '무제1'에는 어지럽게 날아오르는 곤충의 배경에 여성이 숨어있기도 하다. 이처럼 '무제' 시리즈는 얼핏 곤충을 그린 것 같지만, 덧칠 아래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 작가는 "자연의 속성은 셀 수 없이 다채롭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레지던시와 정원에서 접한 풍경을 그리던 그의 작업은 실제 '우주'로도 향했다. 별이나 우주의 은하계는 그 자체로 시간을 함축한 대상이었다. 작가는 "레지던시에서 1년 동안의 변화하는 풍경을 한 작품에 담아내곤 했다. 그런데 별이나 우주는 1년보다 더 긴 시간을 압축해 담고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우주를 겹치고 나열해서 존재하지 않는 우주를 그려봤다. 마치 우주가 회화가 될 때까지 그려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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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01`[사진 제공 = 학고재] |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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