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배 가량 확대된 칫솔에서 색면추상이 열린다. 초점이 흐려지면서 가리워졌던 뒷모습이 선명해지고 앞모습과 병치되니 낯설지만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사진작가 김경태(39)는 수백번 접사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해 우리 육안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디테일을 끄집어낸다. 이번에는 초점의 이동에 집중했다. 그의 개인전 'Linear Scan'이 서울 용산구 갤러리 휘슬에서 11월 12일까지 열린다.
신작 'Crossing Surfaces' 연작은 여러 구조물 사이를 지나가며 대상을 응시할 때 초점이 움직이는 경험을 재현했다. 접사 촬영때 뒷부분이 흐려지는 것을 극복하고자 수백번 개별 촬영한 것을 합쳐 선명한 이미지를 끌어냈다. 최초 시점에서는 보이지 않던 구조물이 하나의 화면에 합치니 새로와진다. 이를 위해 크기가 작으면서도 교차 구조를 가진 칫솔이나 브러쉬, 빗이 소재로 적절하다. 작가는 광학적인 피사계 심도를 극복하려고 가장 보편화된 기법인 '포커스 스태킹' 알고리즘을 쓴다. 과거에는 돌이나 너트처럼 사물의 실제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게 확대하거나 원근이 사라진 고해상 이미지를 선보였다.
가 압도적인 장면을 다양한 초점으로 평면화해서 신의 시선을 제시했다면, 그는 반대로 우리 일상속 작은 세계를 확대해 펼쳐서 마치 소인국 시선을 간접 경험하게 한다. 늦은 밤이나 새벽 진동이 최소화된 시간에만 조명과 카메라 전진장치로 철저히 통제된 상태에서 작업한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