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화상 김양수 대표가 근대화의 상징적 공간인 정동1928아트센터(옛 구세군중앙회관)에서 두손갤러리를 재개관했다. 서울대 서양화과에 다니던 1969년 고미술상부터 시작해 1984년 동숭동에서 두손갤러리로 열었으나 도미했다. 이후 1990년 뉴욕에서 갤러리 카페 형식의 대안공간 '스페이스 언타이틀드'와 '뉴욕미디어아트센터'를 운영하다 2008년 귀국해 서울에서 갤러리인터아트, 인터아트채널로 활동했다.
↑ 덕수궁역 인근 정동1928 [사진 제공 =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의 이름을 딴 '두손'으로 약 30년 만에 다시 여는 것은 근대화 속에서 서구를 쫓으며 시작했던 한국 미술이 다른 한국 문화가 세계 중심으로 도약하듯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과거 박서보, 정창섭, 곽인식, 심문섭, 최병훈 등 대표 작가들을 후원하고 해외에 적극 알리려 나섰던 것처럼 한국 미술이 단색화 이후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 이수경 개인전 [사진 제공 = 두손갤러리]
↑ 이수경 작가(photo by Yang Ian)
재개관을 기념해 국제적으로 보폭을 넓혀온 여성 설치미술가 이수경(59)의 개인전 '다정한 자매들'을 30일까지 진행한다. 대표작 '번역된 도자기' 중 이탈리아 카포디몬테 박물관과 협업한 작품은 물론 우리 내면의 신성을 이끌어내는 '달빛 왕관', 경면주사(鏡面朱砂·진사)를 이용해 그린 '불꽃'과 최면치료에서 경험한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시작한 몽환적 아크릴화 '오 장미여!' 신작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버려지고 상처받은 것들을 모아 새로운 존재로 되살리는 작품 세계가 미래 지향적이다. 김 대표는 "전통적인 형태를 해체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조형언어로 시각화하는 작가로 기대가 크다"고 소개했다.
↑ 이수경, Moonlight Crown_Intimate Sisters [사진 제공 = 두손갤러리]
아울러 백남준의 대작 'M200'과 한지(韓紙) 작가 전광영의 '집합' 등 오랜 인연을 이어온 작가들도 함께 선보였다. 앞으로 고미술과 공예·디자인 등 삶 속에 살아있는 예술을 표상하는 전시를 다양하게 펼칠 예정이다.
↑ 1990년대 백남준, 김양수, 구보타 시게코(왼쪽부터) [사진 제공 = 두손갤러리]
김 대표는 "뉴욕에서 백남준 선생 이웃으로 지내면서 그의 회고전을 국내에서 여는데 기여했다. 백 선생이 짜리몽땅한 내 모습을 분홍빛으로 난봉꾼처럼 묘사한 'Mr.Kim(김양수군 경기 따라지)'(2007)을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한국관 확장 기념전에 출품하고 기증했다"고 밝혔다.
1989년 당대 최고 갤러리스트였던 레오 카스텔리의 기획으로 '5Great American Artist'전시를 열어 로이 릭턴슈타인, 로버트 라우셴버그, 앤디 워홀, 제임스 로젠퀴스트, 프랭크 스텔라를 소개했는데, 국내에서는 작품
판매가 저조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개막한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시로 한지 작가 전광영 개인전을 기획하고, 박서보 작가와 협업해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와인오프너를 제작하기도 했다. 앞으로 백남준 재평가 작업에 함께 할 커뮤니티 활성화도 주도할 예정이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