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허리가 아프지 않으셨어요?”
4년 전 아버지에게 췌장암 말기를 선고한 의사의 첫 마디였다. 의사와 나눴던 10분간의 대화 중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악몽 같은 기억을 지우려는 본능적인 ‘블랙아웃’일 것이다.
의사에게 듣는 암 선고보다 더 끔찍한 게 활자화된 진단서다. 영어사전을 뒤져가며 진단서 내용을 파악했을 때의 기억은 도저히 ‘블랙아웃’이 안 된다. 저자는 영어사전을 뒤져가며 진단서를 볼 필요가 없는 직업을 갖고 있다. 환자에게 진단서를 써주는 의사니까. 그런 사람이 말기암 판정을 받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저자인 나영무 솔병원 대표원장은 한국 최고의 재활의학 전문의다. 1996년부터 22년 동안 축구대표팀 주치의로 일했고, 김연아와 박세리 등 스포츠 스타들의 재활을 도왔다. ‘한국 스포츠의 숨은 조력자’ 나 원장이 간과 폐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직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건 4년 전 여름이었다.
나 원장도 의사이기에 앞서 환자였다. 현실과 마주하기까지 당혹감과 자책, 슬픔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독한 항암치료와 함께 차디찬 수술대에 자신을 던지기로 결심한 나 원장은 간과 폐, 직장 일부를 잘라낸 6번의 수술과 36차례에 걸친 항암치료로 암과 싸웠다. 수술하고 나면 체력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졌다. 호흡조차 힘들 정도였다. 거의 누워서 눈만 껌뻑껌뻑하는 그런 수준이었다.
“이게 낫고 있는 건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던 그 까마득한 시간 저자는 재활전문의로 일하며 목격한 운동의 힘을 떠올렸다. 운동을 통해 ‘암 환자들의 소리 없는 암살자’인 근감소증을 방지하고, 면역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말기암과 마주했던 나 원장의 인간적 고뇌, 따뜻한 가족애는 물론 암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투병의 지혜가 담겨 있다. 나 원장은 암과 싸우면서 체험한 운동 효과를 암 환자에 맞춰 정리해 소개했다.
‘암 환자들의 재활 운동에는 순서가 있다’, ‘소리 없는 암살자 근감소증’, ‘하마처럼 먹고 백조처럼 관리하라’ 등 암에 걸렸기 때문에 아는 암 극복에 필요한 실질적인 조언들은 물론 ‘수술 전에 할 수 있는 운동’,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신호등 운동법’, ‘대표 8대 암에 맞춰 할 수 있는 운동’ 등 75가지 다양한 상황별, 부위별
우리나라 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75.3명(2019년 암 발생률 통계, 2021년 12월 발표)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수술과 항암치료 부작용을 단기적으로는 완화, 장기적으로는 극복할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암 환자들은 물론 그 가족들이 옆에 두고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전광열 기자 revelg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