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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아트에 전시된 변웅필 작가의 회화. |
키아프 플러스의 개막날 풍경은 '젊은 미술'과 '젊은 컬렉터'의 축제였다.
1일 오후 3시 정각. 입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 입구에는 200m가 넘게 줄이 늘어섰다. 단군 이래 최대 미술 축제인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하루 앞서 개막한 위성 아트페어 키아프 플러스(KIAF+)에 입장하려는 미술애호가들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찾은 엄마, 부부가 손을 잡고 찾은 중년의 컬렉터도 있었지만, 화려한 패션을 자랑하는 MZ세대(밀레니얼+Z)가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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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석 작가가 완판된 LKIF |
이날 개막해 5일까지 이어지는 키아프 플러스는 미디어아트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디지털 아트와 신생 화랑을 조명하는 아트페어다. 11개국 화랑 73곳이 참여하며 상당수는 5년 미만 신생 갤러리로 구성됐다. 세계적 NFT 컬렉션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과 BAYC NFT의 저작권 활용을 통해 파생된 'BAGC Korea(Bored Ape Golf Club Korea) NFT' 컬렉션이 특별전으로 처음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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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제레에 걸린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타니아 말로레호. |
문이 열리자마자 전시장으로 달려들어간 MZ 컬렉터들은 미리 '찜'해둔 작품들을 앞다퉈 구매해 개막 직후 완판 된 작가들이 쏟아져 나왔다. 위트 넘치고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된 신진 화랑들의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NFT 작품을 내 건 부스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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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아프플러스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온 아르테미스 갤러리는 전 부스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대체불가토큰(NFT)로만 채우는 파격적인 전시를 열었다.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오큘러스를 머리에 씌워줬다. 스튜디오 어도브&빌로우(Adove&below)의 가상현실 작품이 눈 앞에 펼쳐졌다. 거대한 신전처럼 만들어진 구조물이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동안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상이 보였고, 넓은 바다와 하늘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가상현실을 이용해 제자리에 서서도 하늘을 비행하며 거대한 공간을 이동하는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부스 내부로 아이패드의 카메라를 향하니 벽에서 조각들이 튀어나왔다. 증간현실로 숨겨놓은 조각이었다. TV 화면에서는 NFT 아트가 송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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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완판시킨 실린더 부스의 트리스탄 피곳(오른쪽 끝) |
디렉터인 마누엘 멘도사는 "한국에 포르투갈 작가의 젊고 새로운 작업을 보여주고 싶었다. 디지털 아트지만, 당연히 작품을 팔 생각으로 한국에 왔다. 영상파일과 NFT 등으로 거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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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FT 부스에 전시된 BAGC 콜라보 상품들. |
첫날부터 200만~500만원대의 부담없는 작품부터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는 모습이었다. 일부 인기 갤러리에서는 '오픈런'이 일어났다. 최고 인기 부스 중의 하나는 젊은 세대 사이의 핫플레이스로 이름난 갤러리 스탠이었다. 클럽을 연상시키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부스에는 스트리트 패션을 입은 젊은 컬렉터들이 운집해 있었다. 개막 직후 부스를 방문했지만, 30분도 되지 않아 거의 모든 작품에 팔렸다는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다. 김둥지 작가의 검은 고양이를 그린 연작과 샘바이펜(SAMBYPEN)의 1800만원짜리 대형 회화, 백향목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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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바이팬 등을 대거 완판시킨 인기 부스였던 갤러리 스탠. |
9개 작품을 나란히 건 200만원 대 연작, 김정윤, 예린 등의 작가들도 모두 완판됐다.
갤러리 스탠 부스에서 만난 박세이 씨(34)는 "미술사를 전공했고, 컬렉팅에도 관심이 많아서 개막 시간에 맞춰 일찌감치 키아프 플러스를 찾았다. 갤러리 스탠이 핫한 건 말해 뭣하겠나, 열리자마자 달려왔는데 다 팔려서 한 작품밖에 사질 못했다. 'N5BRA' 작가는 원래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전속 작가로 참여한걸 알게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매수했다. 키아프 플러스에서는 특별히 젊은 감각의 작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왔다. 내일도 프리즈와 키아프에서 작품을 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개막 전부터 사전에 완판된 부스도 있었다. 엘리제레에 걸린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타니아 말로레호는 큰 눈망울에 입체적인 표정으로 화폭을 채우는 여성의 그림을 그린다. 100~200호 크기의 대작 회화들은 모두 사전에 팔렸다. LKIF 갤러리도 눈이 큰 소녀를 동화적인 붓터치로 그린 100호 이상의 대형 회화들을 2만 달러 이상의 가격에도 오픈런으로 개막 직후 완판시켰다.
아시아 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한 스페인 팔마 소재의 L21도 가장 고가에 해당하는 작품인 5만 유로의 대작을 비롯한 조르디 리베스의 작품을 모두 팔았다. 알바로 힐, 파티마 드후안 등의 작품도 모두 팔렸다.
작년 한국 전시를 연 이후 아트페어에 처음 참석한 영국의 트리스탄 피곳 작가는 실린더 갤러리를 가득 채웠다. 사실적인 회화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듯한 회화들이다. 100호 넘는 대작을 비롯해 전 작품이 팔렸다. 피곳은 "한국에 다양한 작품을 들고 찾았는데 컬렉터들이 호응을 해줘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키아프에 이어 올해는 키아프 플러스에 참가한 서정 아트는 큰 부스에 주로 1980~90년대생 작가들의 작품을
걸었다. 홍순용, 변웅필의 회화, 먹과 검은 젯소로 만든 입체적인 추상화의 피정원, 전아형의 바다를 담은 듯한 오브제 등이다. 이대희 서정 아트 대표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아트페어인 만큼 세계에서 온 관람객들에게 젊은 한국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업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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