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 우리는 운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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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과 마사코(이남덕) 여사의 혼례 사진, 마사코(이남덕) 여사 / 사진 = 매일경제, 연합뉴스 |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이남덕·李南德) 여사가 일본 현지에서 별세한 사실이 30일 확인됐습니다.
30일 제주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등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살던 마사코 여사는 지난 13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인은 1921년생으로 이중섭과는 1936년 일본 도쿄 문화학원의 미술부 선후배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1943년에 귀국한 이중섭은 마사코 여사와 1945년 원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남쪽에서 온 덕이 많은 여자'라는 뜻의 이남덕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마사코 여사는 이중섭과의 결혼을 위해 1944년 홀로 대한해협을 건너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사코 여사를 마중나온 이중섭의 손에는 삶은 계란과 사과가 한가득이었는데, 여사는 최근까지도 '꿀 같은 사과 맛'과 '따스한 품'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52년 6월 마사코 여사의 부친 별세를 계기로 두 아들과 함께 마사코 여사를 일본으로 보내게 됐습니다. 마사코 여사는 이때 한국을 떠난 후 계속 일본에 머물러 왔습니다.
마사코 여사는 이중섭의 영원한 뮤즈이자 그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중섭의 수많은 작품에 여사가 등장하는데, 마사코 여사가 일본으로 떠난 후 이중섭이 그리기 시작한 수많은 엽서화는 이중섭의 대표작으로 남았습니다.
엽서화에는 주로 가족과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나의 귀엽고 소중한 남덕' 등 애정표현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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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이 부인에게 보낸 편지. /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특히 1954년 11월 아내에게 보낸 편지화에는 "나만의 아름답고 상냥한 천사여 더욱더 힘을 내서 건강하게 지내줘요. 화공 이중섭은 반드시 가장 사랑하는 현처 남덕 씨를 행복한 천사로 하여 드높고 아름답고 끝없이 넓게 이 세상에 돋을 새김해 보이겠어요. 내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만세"라고 쓰여 있는데, 재회를 희망하는 이중섭의 간절함과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중섭이 곧 가족을 만난다는 희망을 담아 그렸던 '현해탄'(1954)도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두 팔을 벌리고 웃는 부부와 두 아들, 다섯 마리의 물고기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중섭은 2년 뒤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영양실조와 간염 등으로 눈을 감을 때까지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엽서화는 마사코 여사가 잘 간직하고 있다가 1979년 미공개 작품 200점을 전시한 '이중섭 작품전'이 열렸을 때 처음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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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11월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서 팔레트를 기증하는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 / 사진 = 연합뉴스 |
마사코 여사는 남편 이중섭을 떠나 보낸 후 남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고인은 2012년 남편의 유품인 팔레트를 서귀포시에 기증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습니다.
2013년에도 방한한 마사코 여사는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거장' 전시 때 남편의 작품 '
2016년에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 전시가 열렸는데, 당시 마사코 여사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 우리는 운명이니까"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