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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천(飛天) Flying in the Sky,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27x182cm [사진 제공 = 양동규] |
화가 강요배(70)가 하늘을 한가득 품고 있는 제주 한림읍 작업실 '귀덕화사'에서 포착한 찰나의 이미지를 작품 '비천'(2022)으로 완성했다. 마치 맨손체조를 하듯 머릿속에서 수없이 예행 연습을 하고 단숨에 그려냈다. 구름의 형태가 고구려 벽화의 상서로운 문양과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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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배와 비천(2022) [사진 제공 = 학고재] |
그래서인지 그가 그린 풍경은 색다르다. 사진 같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머릿속 기억을 재현하는 상상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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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상(山上) On the Mountain (2022) [사진 제공 = 양동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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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향성(衆香城) Junghyangseong (2019) [사진 제공 = 오권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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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의 아침놀 (2021) [사진 제공 = 오권준] |
작가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이라고 하는 칠정(七情)이 제주도의 자연 현상에서 나타나 풍경을 통해 마음 공부하기 좋다"며 "노여움은 세찬 바람이나 파도로 나타나고 즐거움과 슬픔 같은 정서도 환기된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그는 절대 사진을 보고 그리지는 않는다. 사진을 캔버스 옆에 놓는 순간 그 기계적인 이미지에 얽매이고 종속되기 때문이다. 외부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심정을 표현하는 과정이다보니 우리 삶처럼 불필요한 것들이 제거되는 과정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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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설매(風雪梅) Plum Blossom In Snowstorm (2022) [사진 제공 = 양동규] |
올해 초 찾은 그의 제주 작업실은 마치 학자(선비)의 연구실을 닮았다. 작가는 최신 철학서와 사회학, 기후변화 위기·생태주의 관련 책을 탐독하면서 그림을 고민하고 있었다. 실제 작업실 주변 평상과 나무 수풀 등이 그림의 단골 소재다. 사면이 확 트인 작업실 정원에서 식물을 손수 가꾸고 예민하게 변화하는 바람, 온도, 계절의 변화를 본인의 심상과 연결지어 화폭에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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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正月) First Month of Lunar Year (2022) [사진 제공 = 양동규] |
미술사 연구자 김정복은 "강요배는 민중미술의 서정적 정서나 제주 지역미술의 풍토성을 반영하는 대표 화가로 관성적 평가에서 나아가 통시적 현대미술의 또다른 경향으로 바라보게 한
한편 학고재 스페이스2에서는 양순열(63)의 개인전 '어머니, 오똑이를 세우다'도 9월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작가가 '긍정적인 부적같은 에너지 덩어리'라는 모성을 오똑이로 형상화한 조각과 만다라 같은 평면 회화 등 총 22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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