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 이야기' '발가벗은 미술관' 등의 저서를 통해 미술과 대중 사이의 접점을 찾고 있는 미술사학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책이 아닌 전시를 통해 새로운 미술 이야기를 들려준다. 양 교수가 기획을 맡은 전시 '21세기의 회화(Painting of 21st Century)'가 9월 1일부터 18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인디프레스 갤러리(대표 김정대)에서 열린다.
'폭주하는 데이터 속에서 지금 우리의 화가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는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만의 시각을 발전시켜온 6인의 작가를 통해 그 실마리를 구해보는 자리다.
곽남신(69)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그림자와 실루엣을 통해 이미지의 원시적 기원을 고찰한다. 짧은 노끈과 철선이 형상으로 변이하는 순간은 이미지의 마법 같은 기원을 재현한다.
↑ 김희연_노란 빛_2020
김희연(37)이 포착하는 세계는 스펙터클한 도시도, 빼어난 풍경의 대자연도 아니다. 그는 일상의 사소한 공간을 신선한 시선으로 낯설게 그려낸다. 일상 공간이 지닌 소박한 내러티브를 미묘한 분위기와 색감을 더해 생생히 되살리는 것이다.
↑ 배주은_0의조각_2021
배주은(37)은 가벼운 연필로 가볍지 않은 삶의 근원을 잡아내려 한다. 연필로 깎아내고 붙이듯 만든 흑연의 둥근 형상은 그에게 보름달처럼 따뜻한 마음의 풍경이 된다.
↑ 이현우_surface_2022
이현우(32)는 찰나 같은 일상의 온도와 질감을 기억하고 그것을 붓질 속에 담아내려 한다. 그에게 회화란 일상을 하루하루 새로운 리듬으로 재현해내는 불꽃같이 타오르는 신비의 세계이다.
↑ 최수인_Friends_2022
최수인(35)의 그림은 바다와 바위, 나무 등 일반적으로 풍경화를 구성하는 자연물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것들은 마치 감정과 개성을 가진 개체로서 화면 위에 존재한다. 작가의 개인적 삶 속에서 발생하는 타인과의 관계는 자연물에 투사됨으로써 보는 사람 모두가 공감 가능한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
↑ 최은경_진도_2017
최은경(52)의 시선에서는 아스라이 번지는 대기가 느껴진다. 화면 속에 장막처럼 드리워진 대기는 마치 어떤 사건이 발생 할 것만 같은, 혹은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곽남
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명예교수 외 5명의 작가들은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전문사 과정 출신으로 새로운 회화적 시선을 제시한다. 양정무 교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난 20세기와 대비되는 우리들 시대만의 미적 표현력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