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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르비와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다음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4일 통영국제음악당, 5일 경기아트센터 대강당을 거치며 순회 공연을 갖는다.
이번 내한은 고국 에스토니아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견문을 넓힐 기회를 주는 후학 양성의 의미가 담겼다.
"에스토니아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타국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연주자들에게 전 세계의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지휘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프로페셔널한 방법으로 연주자들을 서로 소개시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에스토니아 고유의 음악적 정서와 문화가 담긴 곡을 연주한다는 점에서 한국 클래식 팬들에게도 의미가 크다.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에스토니아 출신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와 에르키 스벤 튀르의 작품이 연주된다. 이 중 튀르는 예르비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저희는 둘 다 젊은 시절 록 음악에 빠져있었어요. 그는 원래 록 뮤지션이었거든요. 그 영향으로 그의 음악에는 강한 리듬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음악을 더욱 매력적이고 리드미컬하게 만듭니다. 오케스트라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여러 층의 소리를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소리가 끊임없이 흐르게 하지요."
바이올리니스트 트린 루벨과 첼리스트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 이중 협주곡을 선보인다. 두 사람 모두 예르비가 직접 선발한 에스토니아 출신 연주자다.
"두 사람 모두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초기 단계부터 함께한 연주자예요. 우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성장한 거죠. 지금은 현지에서도 이름만 들어도 다 압니다."
1991년까지 옛 소련에 점령당한 아픔을 가진 에스토니아 출신 음악가로서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 국경 근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소련이 에스토니아를 점령했던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에스토니아가 독립을 찾은 것도 고작 30년 전의 일이죠. 전쟁은 야만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피해자를 돕고, 폭력과 침략을 실패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12월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
"(12월 30일) 60번째 생일을 앞두고 제가 이끄는 두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방문할 수 있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쁩니다. 한국에 자주 방문하며 관객들과 쌓은 강한 유대감을 특별한 두 오케스트라와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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