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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깃털-오쇠리(2016).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162x108cm [사진 제공 = 학고재] |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을 대표하는 작가 노순택(51)이 경기도 부천시 중구 고강동 오쇠리에서 2016년에 찍은 사진 '검은 깃털-오쇠리’이다. 김포공항 인근 소음에 시달리던 주민들의 집단이주로 폐허가 된 이 마을에 전신주만 남았다. 문명의 이기인 전기를 이어주던 이 기둥을 타고 야생 덩굴식물이 자라 거대한 식용 식물 같다. 인간이 떠난 자리를 장악한 자연의 반격을 보여주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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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깃털-세종문화회관 옥상(2017).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108x162cm x4 [사진 제공 = 학고재] |
작가는 사진에서는 피해야 할 원칙 중 하나인 역광을 십분 활용했다. 지네나 파리 같은 작은 미물과 인물의 뒷모습 등 우리가 현실에서 놓쳤던 장면들이 강렬하고 새롭게 해석됐다. 현실참여 작가의 초현실적인 사진이다.
노순택 작가는 "십수년 전부터 해왔던 작업이지만 특정 스타일을 한꺼번에 모아 보여주고 싶었다"며 "비현실적이고 연극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서 낮에도 플래쉬를 터뜨려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배경을 날리고 흑백 대비가 또렷한 역광 사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흑백논리 혹은 극단주의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장치다.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세부가 어둠에 묻혔다 해서, 세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깃털이 윤곽에 갇혔다 해서, 무게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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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족도-남풍리(2019).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81x54cm x5 [사진 제공 = 학고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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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깃털-시흥(2015).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162x108cm [사진 제공 = 학고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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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접착제-대학로 야당당수들(정세균 강기갑 문국현 그리고 노회찬)(2009).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162x108cm x6 [사진 제공 = 학고재] |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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