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29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시벨리우스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를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 시벨리우스협회 홈페이지] |
29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승리의 기쁨보다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더 만족한 듯 말을 이어갔다. 시상식을 막 끝내고 돌아온 그는 새벽 시간임에도 목소리에 지친 기색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콩쿠르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승이 기쁘지 않은 건 아닙니다. 7년 전에 비하면 훨씬 기뻐요. 그때랑 비교하면 훨씬 더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콩쿠르가 사실 결과를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오늘만 보고 달려오다보니 그냥 머리가 새하얘진 것 같아요."
지난 2015년 이탈리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첫 우승자로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얻으며 '인모니니'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다시 도전한 콩쿠르에서 또 한번 '한국인 최초 우승자'의 타이틀을 얻게 됐다.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서고도 다시 경쟁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동시에 유럽이라는 새 무대에서 자신을 알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다시는 콩쿠르에 안 나가도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목표가 사라지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2020년부터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연주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어떻게 하면 더 내 연주를 알릴 수 있을지만 고민했어요. 그 결론이 이번 콩쿠르 출전이었고요."
양인모가 본격적으로 콩쿠르 준비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코로나19로 당초 2020년 개최 예정이던 대회가 2년 연기된 것이 양인모에겐 오히려 기회가 됐다. 하지만 대회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은데다 이미 잡혀있는 공연도 한두개가 아니었던 터라 준비할 시간이 빠듯했다. 그는 관중석에 사람들을 심사위원이라고 생각하고 임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기로 했다. 나름대로 콩쿠르를 앞두고 공연을 감정 조절의 도구로 삼은 셈이다.
"콩쿠르 전까지 연주가 굉장히 많았어요. 콩쿠르와 관련없는 레퍼토리도 굉장히 많았죠. 그렇다고 연주를 취소할 순 없잖아요. 무대를 설 때마다 '이게 다 콩쿠르 연습이다' 생각한 거죠. 혼자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실제로도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어제 결승전에선 무척 떨렸지만요(웃음),"
바로 본거지인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는 양인모는 앞으로 연주 인생에 이번 콩쿠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나갈 계획이다. 우승의 기쁨이 찰나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그는 안다.
"사실 콩쿠르가 끝난 다음부터가 중요합니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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