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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 / 사진 = 연합뉴스 |
28일(현지시간) 폐막을 앞둔 제75회 칸영화제의 특징은 여러 국가의 배우와 스태프가 참여한 '다국적' 작품들이 다수 선보였다는 점입니다.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영화계 흐름은 우선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 두 편에서 뚜렷이 나타납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중국 배우 탕웨이가 투톱 주연을 맡았고, 송강호·강동원 등이 주연한 '브로커'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메가폰을 잡아 '온전한' 한국 영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ALL THE PEOPLE I'LL NEVER BE)는 대표적인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다룹니다. 20대 입양인 여성 프레데릭(박민서 분)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김선영·오광록 등 한국 배우가 주연을 맡았지만, 캄보디아와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데비 슈 감독이 연출한 프랑스 영화입니다.
디아스포라(영어: diaspora)는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습니다.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다르덴 형제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TORI AND LOKITA)는 벨기에에 정착한 아프리카 이민자 두 명의 삶을 다뤘습니다. 콩고 출신으로 벨기에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크 진가, 코소보-알바니아 출신의 알반 우카이가 출연하고 프랑스·벨기에 영화사가 공동 제작했습니다.
이 같은 경향은 작품에 투입되는 자본 자체가 글로벌하게 움직이는 데다, 소비자 접근 측면에서도 해외 관객을 겨냥하기 위해 국경을 허무는 협업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아스포라를 소재로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면서 "로컬의 문화나 역사가 들어가면서 해당 문화에 대한 이해나 고증이 필수적인 만큼 글로벌 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올해 경쟁 부문에는 연출·출연·제작·배급에 여러 나라가 참여해 특정한 국가의 작품으로 규정짓기 어려운 영화들이 다수 초청됐습니다.
이란 출신 스웨덴 감독 알리 아바시의 '홀리 스파이더'(HOLY SPIDER),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미래의 범죄'(CRIMES OF THE FUTURE), '더 스퀘어'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 등입니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경우 미국에서 만든 작품이지만 코고나다 감독을 비롯해 한국계 미국인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게다가 드라마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작품'으로 여기기도 한다. 디즈니+에
정덕현 평론가는 "'우리 것'이라는 개념이 점차 무의미해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도 참여한 작품'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면서 "이 두 가지가 다른 차원 같지만, 사실은 같이 맞물려야 작품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