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숨쉴곳 만들고파…복합문화공간 연 유현준 교수

↑ 유현준 건축가. [매경DB]

"도시 속에서 문화로 숨쉴 수 있는 작은 공간 실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스타 건축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52)가 서울 강남구 영동고등학교 인근 소규모 상업빌딩과 빌라가 빽빽한 동네(도산대로 54길 27)에 소규모 복합문화공간(Plate2Place)을 열었다. '접시'처럼 작은 공간이이지만 사람이 모이고 잘 쓰여서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든 공간이다.

↑ 최수영의 섬유 작품이 Plate2Place 개관전에 설치된 모습. [이한나 기자]

유 교수가 대표를 겸한 건축사무소 사옥의 리모델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유 교수는 "원래 임대수익을 내는 웨딩샵이 있던 공간이지만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불편했던 터라 공사를 계기로 비워 두고 활용방안을 고민했다"며 "개관전을 보고 직원들 반응도 좋아서 초기 몇년간 수익은 생각 안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다양한 문화 실험 공간으로 써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황규태- Pixel El nino La nina, pigment print, 50x50cm, 2018 [사진 제공 = AML]

평소 도시의 창조적 힘과 연결성을 강조해온 그는 "여유로운 공간이 없는 이 도시에서 숨 쉴 수 있는 작은 쉼표 같은 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유 교수의 실험에는 홍익대 건축학과 부임후 1호 제자이자 아트부산과 더프리뷰 성수 등 주요 아트페어를 맡아왔던 이미림 AML(아트미츠라이프) 공동 대표와의 교감도 한몫 했다. 이 대표는 다양한 기획자나 갤러리 등과 협업해서 자유로운 팝업 공간도 펼쳐보일 계획이다.

↑ 김진희-April 055, Embroidery on digital pigment print, 120X153cm, 2018 [사진 제공 = AML]

지난 6일 개막한 개관기념전시로는 김소희 큐레이터 아뜰리에 디렉터가 기획한 '페넬로페의 직조'가 오는 6월 4일까지 개최한다. 사옥 2층 130㎡ 규모에 사진과 섬유공예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작가 5명이 15점을 출품했다. 김 디렉터는 "남편 오디세이의 귀향을 20년간 기다렸던 페넬로페의 직조는 '쉬이 끝나지 않는 일'을 은유한다"면서 "씨실과 날실의 조합이라는 직조 행위를 현대미술로 새롭게 해석하고 이 공간을 외부 세계와 연결하려는 의지도 담았다"고 밝혔다.
개관전에서는 최수영의 섬유공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면적인 직물에 전통 건축인 한옥의 미적인 요소를 접목한 작품인데 전시장 곡면과 어우러져 작품이 새롭게 해석되는 재미가 있다. 김진희의 'April'연작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진도 풍경 사진에 밝고 아름다운 패턴의 실을 엮어 상처를 치유하는 의미를 드러낸다. 황규태 작가의 '픽셀'연작은 디지털 언어의 기본 단위인 픽셀을 확대 촬영한 작업을 통해서 온라인 공간의 직조 개념으로 확장해 보여준다.
개관전과 관련된 강연 행사도 준비됐다. 은평구에서 독립서점 니은서점을 운영중인 인기 사회학자 노명우 아주대 교수가 '손과 제작; 페넬로페와 헤파이스토스'를 주제로 21일 오후 2시부터 유료 강연을 진행한다. 참가신청은 '큐레이터의 아뜰리에'에서 받는다. 전시는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