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Most Dangerous City in the World [사진 제공 = 이수원]
인간 형체를 따라 돌무덤이 쌓였다.
인간 존재의 다양한 속성을 상징하는 듯한 다채로운 빛깔의 돌들을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땅에 뿌리내리고픈 작가의 갈망도 함께 드러난다.
↑ 이수원 작가의 `시간 의식으로서의 자화상Ⅱ(self-portrait as consciousness of time I)` [사진 제공 = 인아워타임 갤러리]
1970년대 베네수엘라로 이민갔던 한인 부모를 둔 작가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사진 작품 '시간 의식으로서의 자화상Ⅱ'이다. 이 작품 연작Ⅰ편은 비슷한 크기 돌 두개 사이에 위태롭게 걸쳐 있는 황금빛 작은 돌을 조명한다. 남미에서도 한국에서도 모두 경계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 싶다. 2016년 가족 중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를 떠나기 전 소파 등 집기를 배열하고 태우는 의식을 요가명상 '옴'음향과 함께 표현한 영상 '과거(Le Passe)'와도 통한다.
↑ 이수원 작가의 `시간 의식으로서의 자화상Ⅱ(self-portrait as consciousness of time Ⅱ)` [사진 제공 = 인아워타임 갤러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활동하는 이수원 작가(45)가 국내 첫 개인전 '신체, 공간, 시간, 빛'을 서울 수서동 밤고개로5길 13 건물 2층에 개관한 인아워타임(In Our Time)갤러리에서 열었다. 사진은 물론 영상, 설치, 도자기 등 다양한 매체로 지난 20년간 작품 세계를 펼쳤다.
↑ Kyopo_Boda tequenos [사진 제공 = 이수원]
뉴욕에서 활동하다 이 전시를 기획한 정은주 큐레이터는 "타국에서 느낀 디아스포라(본래 살던 땅을 떠나 이국 땅을 떠도는 이들)를 잘 살린 작가로 국내에 소개하고 싶었다"며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목재 구조물을 통해 관람객들이 외부와 내부를 교차하며 마치 작가의 내면과 외면을 살피는 것처럼 느끼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시장 초입에 작가가 조부모 사진을 아기 때부터 노년기까지 찾아 시간순으로 배열한 아티스트 북 'Mr. & Mrs.'와 2010년부터 4년간 베네수엘라 한인사회를 기록한 사진집 '교포' 연작이 작가를 이해하는 첫 발이 된다.
↑ Body Space Time Light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인아워타임 갤러리]
작가는 정체성에 대한 탐구에서 더 나아가 우주적 차원으로 승화시킨 풍경 사진 '크레푸스쿨라(Crepuscular)'연작으로 유명하다. 낮과 밤이 바뀌는 해질녘 풍경을 자연광만 고집해 촬영한 시도가 흥미롭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다르게 인식하는데 관심이 많다"며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우주와 연결되어 있음을 환기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싶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슬럼가도 분단국의 대치 현장인 파주 DMZ 풍경도 그의 사진 속에서는 지극히 아름답고 평화롭게 묘사된다. 도시 연작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느낌을 극대화한, 또다른 자화상 같다. '추방의 정원'이라는 도자 작업은 베네수엘라 화산재를 담아와서 색깔을 입히고 금박을 손으로 눌러 과거 흔적을 남겼다.
↑ 인 아워 타임 갤러리에서 개관전 겸 국내 첫 개인전을 가진 베네수엘라 교포 작가 이수원가 자화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한나 기자]
작가는 한국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하다 파리로 유학가 예술을 본격화했다. 파리 까르
띠에 현대미술재단(2013), 멕시코 앙파루박물관(2014) 등에서 그룹전을 가졌다. 그의 작품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파트리시아 펠프스 드 씨스네로 콜렉션, 미국 CIFO 마이애미, 베네수엘라 방코 메르칸틸 은행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