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3막-4막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 이의록]](//img.mbn.co.kr/newmbn/white.PNG) |
↑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3막-4막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 이의록] |
전시장에 들어서자 정치 슬로건이 가득한 거대한 기념품 샵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모니터 안에서는 공공비밀조직이라고 공언하는 '뉴레드오더(NRO)' 지도자가 회원을 모집하는 방송을 계속 틀어준다. 화면 중간중간 토착민 억압의 역사가 흘러나온다. 실제 북미 토착원주민 혈통의 아담 칼릴과 잭 칼릴 형제, 알래스카 부족 출신 잭슨 폴리스가 팀을 이뤄 기존에 인종차별 성격의 단체가 회원을 모집하듯 NRO단원을 모으는 쇼를 보여준다. 토착민과 아닌 사람들을 가르는 정치를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곳에는 단체의 슬로건을 담은 티셔츠와 우산 등 기념품도 전시돼 있다. 또 운이 좋으면 마니아층이 형성된 놀이 켄다마(나무기구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수 있는 게임) 묘기를 즐기는 이들의 퍼포먼스를 접할 수도 있다.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3막-4막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 이의록]](//img.mbn.co.kr/newmbn/white.PNG) |
↑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3막-4막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 이의록] |
안쪽으로 들어가자 요리교실 같은 공간이 나타나고 영상을 통해 만두 요리 제조법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관람객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만두 레시피를 모아서 진열해두는 공간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만두를 주제로 디자이너와 작가로 구성된 덤플링클럽(마르흐릿 크란스, 뤼카스 마선, 피트 호 칭 펑)이 워크샵을 열고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관객이 함께 즐기도록 했다. 음식과 정체성 사이의 관계와 이민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경험을 나누려는 의도다.
![수퍼플렉스, 프리 비어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img.mbn.co.kr/newmbn/white.PNG) |
↑ 수퍼플렉스, 프리 비어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 |
시각은 물론 촉각, 후각 등 온갖 감각을 총동원해서 우리 일상이 현대예술로 변화하는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펼쳐졌다. 덴마크 쿤스트할오르후스와 공동기획한 전시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2부(3·4막)다. 앞서 1부에서도 입장한 관객이 전시장 바닥을 밟는 순간 부서지는 장치로 색다름을 안겨준 것처럼 다양한 형식 실험으로 미술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했다면 2부는 미술관 형식을 파괴하고 체험공간의 성격이 강해졌다.
지난 2017년경부터 다양한 교류를 통해 시작된 기획전으로 서울 전시가 24일까지 마치면, 이후 덴마크로 넘어가 순회전이 열린다.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3막-4막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 이의록]](//img.mbn.co.kr/newmbn/white.PNG) |
↑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3막-4막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 이의록] |
특히 위층에 마련된 4막 공간으로 넘어가면 창고형 마트같은 진열대가 늘어서 있고 가득 쌓인 박스를 아무것이나 서너개 들고 카트로 옮기게 했다. 박스를 열어보면 작가들 소품이 들어있는데 온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물성을 가진 소재에 가깝다. 이 작품들을 파란 빛에 투과해 보는 등 과학자처럼 관찰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이 장면은 실시간으로 영사실로 전달돼 다른 관람객들이 지켜보게 된다. 한국의 이슬기 작가와 토베 스트로크(덴마크), 롤라 달스(벨기에), 스튜디오싱킹핸드 등이 참여했다. 박스를 열어보면 곰팡이나 이끼를 모은 판이나 다양한 금속조형물, 돌멩이 모양 비누, 낙타뼈로 만든 목걸이 등이 하나씩만 들어있다.
음식과 조각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덴마크 작가 카스퍼 헤셀비에르그는 홍합을 담은 귀모양 도자기 그릇, 시리얼로 만든 알파벳 등 다양한 실험을 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초코칩 해삼을 갈아 토핑을 얹은 아이스크림을 출품했다. 작가가 영감을 얻은 동물과 대중문화 등 이미지를 모은 콜라주 11점은 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면 미술관 큐레이터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야콥 파브리시우스 아트허브코펜하겐 디렉터는 "한국과 유럽 등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실험이 함께 모여 있어 관람객들이 미술 작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여러번 생각할 수 있게끔 했다"고 밝혔다.
2020 부산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던 파브리시우스 디렉터는 "한국 사회의 복잡함 때문인지 한국 작가들은 독특함(unique)이 있다"며 "한국의 압축 성장 경험 때문에 전시를 기획할때 가급적 다양한 세대 작가가 참여하도록 신경써서 중견작가인 서용선, 노원희 작가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방역 상황과 미술관 관련 규제 때문에 기획된 대로 구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카스퍼 헤셀비에르그, 얼음 위에 초코칩 해삼 소프트아이스크림 (2019)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 이규섭]](//img.mbn.co.kr/newmbn/white.PNG) |
↑ 카스퍼 헤셀비에르그, 얼음 위에 초코칩 해삼 소프트아이스크림 (2019) [사진 제공 = 아트선재센터, 이규섭] |
하지만 미술관 인근 바(종로구 공간)에서 작가(카스퍼 헤셀비에르그)가 원하는 형태로 구현된 해삼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고, 덴마크 작가 그룹인 수퍼플렉스의 오픈소스 레시피와 디자인 기반 맥주 브랜드 '프리비어'도 서대문구 펍(서대문구 브루어리304)이나 식당(종로구 더레스토랑)에서 경험할 수 있다. 덤플링클럽 만두는 식당(강남구 파인앤코)에서 즐길 수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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