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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아침의 메아리 04-VIII-65`(1965), 캔버스에 유채(177x126.5) [사진 제공 = 서울미술관] |
구체적인 형상은 사라졌지만 점점이 있는 붉은 빛깔이 경쾌한 심상을 전해준다. 별빛 같기도 하고 메아리가 번지는 소리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린넨에 유화를 칠해 마치 동양화처럼 맑은 빛을 빚어내 한국적인 추상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화면을 분할하는 곡선이 우리 달항아리도 연상시킨다.
우리나라 추상미술 대표 작가인 수화 김환기(1913-1974)가 미국 뉴욕에서 독자적인 추상작업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작품 '아침의 메아리 04-VIII-65'(1965)이다. 그는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의 기득권을 벗어던지고 도미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 작품이 지난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서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를 보석처럼 빛내고 있었다.
2012년 서울미술관을 만든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은 "새벽의 별빛과 아침의 소리가 공감각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처음 본 순간,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큰 그릇이 떠올랐다"면서 "서울미술관의 지난 10년이라는 시간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 더 깊은 감동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의 10년을 또 묵묵히 걸어가리라 다짐하게 된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 거장 31명의 작품 140점을 모아 미술관 개관이래 최대 규모 기획전이다. 10년 가까운 기간(3600여일) 동안 누적 관람객 100만명을 기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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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황소`(1953),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35.5x52cm) [사진 제공 = 서울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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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묵 `푸른 나선`(1975), 캔버스에 아크릴(198x153cm) [사진 제공 = 서울미술관] |
2부 '바라보다'전시에서는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등 단색화 대표 작가들의 초대형 걸작들이 펼쳐졌다. 한국적 추상의 대표인 작품들이 300호 넘는 초대형 작품들이 모여 압도적이다.
이번 기획전 제목 아이디어도 안 회장이 냈다. 미술은 그에게 '두려움'과 '사랑'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40여년간 그림을 수집하면서 가졌던 다양한 감정, 수집 과정에서 얽힌 비화 등이 작품마다 '수집가의 문장'으로 공개돼 특별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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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십만 개의 점 04-VI-73 #316` (1973) 면천에 유채(263x205cm) [사진 제공 = 서울미술관] |
또 유영국의 추상화 '산'(1989)을 한 전시에 빌려준 것을 계기로 "많은 사람과 나눌 때 눈앞의 산이 깊은 울림을 주고 새로운 산으로 다가온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한다. 결국 수집품을 남들과 나누기 위해 미술관 건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월급쟁이 수집가로 출발해 인생 고비고비마다 작품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다양한 시행착오도 겪었다. 지난 2017년엔 일부 동양화 수집품들을 태워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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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김환기 작품 앞에 선 안병광 회장 [사진 제공 = 서울미술관] |
서울미술관은 의약품 유통기업을 경영해온 안병광 회장이 2012년 8월 인왕산 자락에 설립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장인 석파정을 품고 있어 미술관 입장권을 구매하면 석파정도 관람할 수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는 물론 작은결혼식 등 특별한 행사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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