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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2022 Zen2022,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41x32cm [사진 제공 = 학고재] |
첫눈에 그림인지 섬유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올곧은 선들을 긋고 또 긋는 과정을 반복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완성된 그림이기 때문이다. 씨실과 날실을 엮어 직조하듯 획을 이어가다보니 섬유조직이 연상된다. 무수하게 많은 선으로 가득하지만 선과 선이 만나는 시선을 따라가는 길이 보이면서 복잡하지 않고 되레 차분해 진다.
그런데 몇몇 그림은 찬찬히 바라보니 청색 바탕 화면 속에서 숨은 그림 찾기처럼 빨갛고 작은 점들이 하나 둘씩 올라온다. 너무 자연스럽게 감춰져 있던 것이 드문드문 형체를 드러내면서 일종의 운율이 생겨나는 듯 싶다. 화면이 꽉 차있는 가운데 아주 작은 빈 부분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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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이 세필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 [사진 제공 = 학고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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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2022 Zen2022,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41x32cm [사진 제공 = 학고재] |
법관은 "처음에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그림이 점차 선과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는 "그림도 나 자신도 혼돈의 시간을 거쳐서 정리가 되었다"면서 "군더더기를 그림에서도 나 자신에게서 덜어내는 것이 수행과정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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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2021 Zen2021,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35x77cm [사진 제공 = 학고재] |
법관은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는 과정이다"라며 "그림자 없이 오롯이 나만의 주체적인 것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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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2022 Zen2022,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73x61cm [사진 제공 = 학고재] |
그는 작업 과정을 오롯이 혼자 한다. 캔버스 위에 하얀 젯소를 3~5회 칠하고, 세필화에 아크릴물감을 묽게 발라 8~12번 겹치게 그린다. 붉은 빛깔 작은 점도 마지막에 찍지 않아 인위적이지 않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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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선2017 Zen2017,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00x200cm [사진 제공 = 학고재] |
이번 전시에서는 곡선을 적극 수용한 새로운 선 연작도 선보였다. 좀더 굵은 붓을 사용해서 나이테나 파동처럼 시간의 축적을 뜻하는 형상이 도드라진다. 이 붓질도 매우 균일해서 정말 별도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윤진섭 평론가는 "명상과 참선을 통해 진리를 찾고자 하는 법관이 그 방편으로 반복을 요체로 삼는 단색화를 그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워 보인다"며 "이제 후기 단색화의 대표 작가 중 한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법관은 2002년 강릉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강릉 능가사에서 수행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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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2022 Zen2022,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62x130cm [사진 제공 = 학고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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