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남 portrait |
세계 미술의 중심 뉴욕에서 활동하는 화가 이상남(69) 작품은 날카롭고 치밀한 획으로 빽빽한 상징 기호 가운데 부드러운 파스텔 빛깔이 화면을 환하게 채운다.
패션계에 돌아온 맥시멀리즘(maximalism) 흐름이 단색화가 장악한 미술계에도 불어오나 싶다. 거대한 그림 속에 도상이 가득하니 일견 어지러운 것도 같다가 다시 되돌아 보면 새로운 것이 또 튀어나오는 것 같다.
획은 얇고 가늘지만 그 속에 강렬한 에너지가 이글거린다. 수작업으로 쌓여가는 색깔의 층층 만큼이나 깊이감이 더해진다.
↑ Light + Right L 086 (2019-2020) [사진 제공 = PKM갤러리] |
독특한 개성의 정밀 추상화가 이상남이 지난 2017년 회고전 성격의 개인전을 가진 이후 5년 만에 개인전을 PKM갤러리에서 4월16일까지 펼쳤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작가가 수행하듯 켜켜이 쌓아 그린 그림들 중에서 골라 기획하는 맛이 제대로 있었다"며 "이번에는 대작 위주의 최신작 위주로 정면승부를 거는 컨셉이다"라고 밝혔다.
↑ The Fortress of Sense (L 127), 2015 [사진 제공 = PKM갤러리] |
'청개구리' 같은 성향의 작가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나이들면서 더 단순화된 그림으로 가는 것과 달리 더 많은 색깔과 도상을 드러냈다.
↑ The Fortress of Sense (H 16), 2022 [사진 제공 = PKM갤러리] |
하지만 뉴욕에는 전세계에서 몰려온 예술가가 너무 많았다. 낯선 것을 새롭게 구성해 신선하지 않으면 시선을 끌어올 수 없다.
↑ The Fortress of Sense (H 07), 2021 [사진 제공 = PKM갤러리] |
작가는 "문명화된 우리가 만들어낸 형상, 이미지가 내 작품의 시작"이라며 "직선과 원을 바탕에 두고 끊임없이 나선형으로 엮어가다보면 그림이 완성된다"고 한다.
작가에게 선은 죽음, 원은 삶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처럼 상충되는 개념들이 병치됐을때의 느낌을 작품 속에서 좇는 듯 싶다.
↑ The Fortress of Sense (J 322), 2017-2018 [사진 제공 = PKM갤러리] |
뉴요커로서 주변의 음악, 무용, 미술 등 예술 전반을 흡수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왔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세상에 존재할 법한 인류 역사의 모든 도상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현대 무용의 새 장을 연 피나 바우시 공연을 보고,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 선생은 물론 우연성 음악 '4분33초'을 통해 침묵 속 소음을 꺼낸 존 케이지를 직접 만났다.
↑ Light + Right M 096, 2013 [사진 제공 = PKM갤러리] |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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