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th Letain_Demurity_2021_Oil on canvas_170x155cm [사진 제공 = 리안갤러리]
아주 조금 남은 하얀 여백이 강렬한 원색에 둘러싸이자 더욱 강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거대한 화면 속에서 붉은 토마토나 청량한 파도 색깔이 홀로 혹은 다른 빛깔과 조우하면서 색다르게 떠오른다.
캐나다 출신 여성 신진 작가 베스 르테인(46)의 작품들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 'Trees for the Forest'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4월 1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렬한 색채를 경쾌한 붓질로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한 대형 추상화 21점이 출품됐다.
↑ Beth Letain_Omphalos (2)_2021_Oil on canvas_170x140cm [사진 제공 = 리안갤러리]
작가는 단순한 형태와 기호, 색채 반복을 통해 리드미컬한 패턴을 만들며 복제, 분열, 순환, 전이 등의 생물학적 주제를 기하학적 형태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제한된 색상과 단순한 형태가 시각적으로 강렬한 심상을 전달한다.
↑ 베스 르테인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리안갤러리]
작가의 전시 제목은 작은 것에 집중하면 큰 그림을 놓친다는 의미의 영어 관용구(you can't see the forest for the trees)에서 따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본인의 소소한 일상과 주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해졌다고 한다.
↑ Beth Letain_I remember_2019_Oin on canvas_170x140cm [사진 제공 = 리안갤러리]
그의 그림은 단순한 형태와 색상의 반복을 통해 율동적인 패턴을 만든다. 작가는 아그네스 마틴, 엘스워스 켈리 등 미니멀리즘 작가와 바우하우스 색상이론에 영감을 받아 본인만의 회화 언어를 발전시켰다. 작가는 숫자나 드로잉에서 색깔과 형태에 대한 영감을 받아 즉각적으로 행위예술하듯 색칠을 한다. 흥미롭게도 작가의 부친은 색맹이고 언니는 작가보다도 공감각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 베스 르테인 전시전경 [사진 제공 = 리안갤러리]
작가는 캔버스에 애벌처리로 바르는 흰 물감인 '젯소(석고와 아교를 혼합한 회화 재료)'를 직접 만든다. 젯소를 여러겹 칠하고 마지막 사포질까지 하면 그녀만의 독특한 하얀 바탕이 드러난다. 강렬한 원색과 대비돼 힘을 발휘하는 기반이다. 반면 마지막 한방 강렬한 원색은 안료(pigment)와 섞어 채 마르기도 전에 제한된 붓질로 탄생된다.
화가 겸 비평가인 셔먼 샘은 "르테인 추상화의 매력은 장엄한 스케일로 전해지는 경쾌한 감각과 리듬이다"라고 밝혔다.
↑ 리안갤러리 베스 르테인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리안갤러리]
작가는 초대형 캔버스에 최소한의 강렬한 색상과 단조로운 형태를 집중해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나는 내 몸의 한계까지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매우 단순한 것을 크게 만드는 것이 강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확장된 색상과 모양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답했다.
↑ Beth Letain_Long Story Short_2019_Oil on canvas_190 x 170cm [사진 제공 = 리안갤러리]
작가는 캐나다 북부 에드먼튼에서 성장해 몬트리올 맥길대학에서 식물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예술가가 되고파 2005년 노바스코샤 예술디자인대학, 2008년 뉴욕 주립대 퍼처스에서 각각 회화 학사와 석사를 받았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다 독일로 옮겨가 2017년 베를린 오픈포럼과 페레스프로젝트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2018년 페이스갤러리 런던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