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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레틴 오렌리, 도시의 유전자, 영상 스틸컷 1, 2022 [사진 제공 = 대안공간 루프] |
빽빽한 아파트촌과 한강을 배경으로 풍선을 닮은 괴물체가 수영하듯 돌아다니다가 터져 나간다.
터키 출신 파레틴 오렌리 작가(53)가 서울 합정동에서 찍은 모습에 본인이 꾸준히 탐구해온 자본과 도시의 관계를 풀어낸 신작 영상 작품 '도시의 유전자'다. 유럽 금융의 허브인 런던에서 출발한 정자가 브렉시트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서 서울로 이주하는 장면을 통해 세계 자본의 흐름과 가부장적인 연대를 은유해서 보여준다.
세계 곳곳을 떠돌면서 자본의 흐름을 추적하는 작가의 개인전 '도시 유전자->버블 인더마인드'가 홍대 인근에 위치한 대안공간 루프에서 4월24일까지 진행된다.
터키 이민자 출신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대학을 다니고 뉴욕, 서울, 도쿄, 자카르타 등 이질적인 문화를 오가며 살아온 작가는 본인을 '아나티스트(anartist)'라 칭한다. 아나키즘(무정부주의자) 예술가라는 가치를 실천하는 아티스트라는 의미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도 격리를 감수하고 한국을 찾아 영상작업을 진행한 작가는 "2004년부터 서울을 방문하기 시작해 도시 변화를 관찰해 왔는데, 당인리 발전소 연기처럼 아직 화석연료가 드러나는 도시가 흔치 않아 서울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기 좋았다"면서 "예술계에서도 가상화폐를 통해 자본의 영향력이 강화되 현 시스템 속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장 안에는 작가가 거대한 칠판 위에 자본과 도시환경이 DNA(유전자)를 통해서 지속 가능한 지식 구축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과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마치 과학이나 수학 공식을 설명하듯 도표로 보여준다. 작가가 칭하는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표현하려는 시도다. 전시장에는 도시의 요소들이 모여서 괴물같은 제3의 존재로 표현된 드로잉과 페인트 작업과 함께 작가가 만든 시, 버블을 형상화한 설치물이 전시돼 있다.
작가는 도시를 인간과 같은 유기체로 비유하고 표현하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이후 자본권력이 전면화된 과정과 그 영향력을 다룬 출판 프로젝트 '음모의 벽 아나티스트(Conspiracy Wall ANARTIST(2004-2014)’로 나왔다.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는 "작가는 가부장제 식민주의라는 여전히 작동중인 사회 시스템을 연구하고 그것이 은폐한 오류들을 그만의 예술 실천 속에서 노출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면서 "질식할 것 같은 촘촘한
작가는 한국에서도 아르코미술관 단체전과 아트선재센터·P21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 2000년 네덜란드 왕립미술상과 2004년 ABN AMRO 미술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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