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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빌리 전강혁(왼쪽부터), 주현준, 이우진, 김시훈이 커튼콜 무대에서 한자리에 섰다. [사진 제공 = 신시컴퍼니] |
둘도 없는 친구 마이클이 볼에 입을 맞춘 후 런던으로 떠나는 빌리를 향해 건넨 마지막 인사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작곡 엘튼 존·연출 스티븐 달드리)의 명대사다. 하지만 지난 8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홈커밍' 공연에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뜻이 됐다.
일찌감치 전석 매진된 객석 950석의 심박수가 순간 올라갔다. 오페라글라스도 일제히 조카 빌리들을 향했다. 이날은 한국 초연 12년을 맞은 '빌리 엘리어트'의 1~3대 빌리 13명이 한자리에 모여 특별한 커튼콜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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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빌리 13명과 마이클 4명이 함께 커튼콜 무대에서 `익스프레싱 유어셀프`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시컴퍼니] |
객석에서 들려온 질문에 3대 빌리 네 소년이 무대로 등장했다. 이날 주역을 맡은 전강혁을 비롯해 김시훈 이우진 주현준이 공연의 백미인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노래를 불렀다. 얼굴은 소년이지만 몸은 성인이 된 2대(2017년 공연) 빌리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천우진과 1대 빌리 김세용 박준형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가 차례로 뛰어나왔다.
성인 발레리노와 댄서로 성장한 청년 빌리들은 중력을 거스르듯 무대 위를 날아올랐다. 덤블링과 아크로바틱은 더 높고 화려해졌다. 일사분란하게 무대를 가로지르는 13명의 합동 무대와 드럼의 쿵쿵거리는 비트에 관객들의 심장은 터질 듯 흥분했다. 두번째 곡 '익스프레싱 유어셀프(Expressing Yourself)'에는 3대 마이클 4명의 소년도 합류했다. 열띤 박수와 함께 무대가 끝나자 훌쩍 자란 '기적의 소년'들은 마이크를 잡았다. 제대한지 4일만에 무대에 오른 뮤지컬 배우 박준형은 눈물을 훔치며 "저는 4대 빌리 때 배우로도 무대에 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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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 공연을 마지고 커튼콜 무대를 마친 모든 배우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시컴퍼니] |
'춤추는 학자'를 꿈꾸는 서울대 경영학부생 정진호는 이날 마지막 마이크를 잡았다. "빌리 엘리어트란 작품이 20주년, 30주년까지 계속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행운을 빌어요."
빌리가 150분을 전적으로 끌고가는 이 극한의 공연은 '마라톤을 뛰면서 햄릿을 연기하기'에 비견된다. 만 8~12세, 키 150㎝ 이하, 변성기가 오지 않은 목소리에 춤에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으로 선발돼, '빌리 스쿨'에서 1년 여의 지옥 훈련을 받는다. 매주 6일 6시간씩 보컬, 탭댄스와 발레, 재즈댄스, 아크로바틱 등을 훈련받아 무대에 선다. 용광로 같은 무대에서 한 철을 보낸 소년 빌리 중 여럿은 현실에서도 춤과 연기를 꿈으로 선택했다.
세 번째 시즌은 이제 막바지다. 지난해 8월에 개막해 장장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은 13일 마지막 공연으로 끝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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