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인 작품 `One Gate between Two World` 2021 (322X297cm) |
코로나19로 인간과 동물 생태계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깨닫고 이를 환기시키는 작업이 국내 미술계에서도 활발하게 제시되고 있다. 젊은 MZ세대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채식주의 등이 확산되는 문화현상과도 연결되는 맥락이다.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2월 26일까지 열리고 있는 홍영인 개인전이 대표적이다.
전시장 한벽에 걸린 대형 작품 'One gate between two worlds(두 세상 사이 한개의 문)'는 얼핏 보면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대형 스카프 같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중세시대 장식용 태피스트리(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형태 안에 영화 '혹성탈출' 장면같은 고릴라와 원숭이가 가득하다.
↑ 《트러블 트래블》 전시 전경, 2021, 김익현 촬영 |
약자의 투쟁과 공동체를 주제로 탐구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역사의 약자였던 여성 노동자에 이어 동물들에까지 확장된 공감과 연민을 드러냈다.
색소폰 소리와 물 웅덩이 등 굉음을 좇아서 벽 넘어 전시장에 가니 거대한 짚풀로 만든 부츠를 포함해 총 4짝이 등장한다. 설치작품 'Thi and Anjan(티와 안잔)'은 영국 체스터 동물원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 코끼리 티와 손녀 안잔을 위한 신을 충남 아산의 집풀 공예 장인들과 협업해 만든 것이다. 미처 몰랐던 동물들 세계에서도 인간에게 소중한 가족의 의미 등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홍영인 작가는 "인간이 잃어버린 생태계에서 동물들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 있을 것만 같다"며 "관람객들이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1 기획전 '트러블 트래블'과도 이어진다. 서울 서초구 페리지갤러리에서 2월12일까지 이어진다.
↑ 정혜정, 끝섬(End Island) (still), 2021 (1) |
정혜정은 주체와 타자,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가르는 영상, 설치 등 작업을 해왔던 경험을 살려 3채널 영상 '끝섬'을 만들었다. 이미 멸종된 동물들 모습에 작가의 손이나 다리 등 본인 신체를 결합해 이들이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고 감각하는지 느끼게끔 해준다. 관람객이 애니메이션 속에서 1인칭 시점으로 따라가보면 마치 멸종위기 동물이 된 것 같다. 또 단채널 영상 '액체인간'에서 우리 몸 속 세계를 미시적으로 살펴보게 해준다. 정 작가는 "아픈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도 결국 물질로 구성된 존재라는 깨달음을 시각화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유은순은 정혜정의 작업에 공상과학(SF)적 상상력으로 시나 수필 같은 7개의 글을 써서 정 작가의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기후변화와 생물종 변화를 추적하는 데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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