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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열연 중인 오영수 배우. [사진 제공 = 파크컴퍼니] |
11일 오후 8시 연극 '라스트 세션'이 공연되는 대학로 TOM시어터 1관은 평소와는 다른 달뜬 분위기로 가득했다. 하루전인 10일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은 오영수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대에 오르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관객들은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특별한 날의 인증샷을 남기고 있었다.
하루 밤 사이 '월드스타'가 된 '깐부 할아버지'의 티켓 파워는 대단했다. 기획사 파크컴퍼니에 따르면 수상 소식이후에만 5000장이 넘게 티켓이 팔렸다.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연극 부문 1위로 올라섰고, 1월까지 남은 오 배우의 공연 11회차는 전석 매진됐다. 아무런 대외 활동 없이 11일 오후 4시 공연장으로 평소처럼 출근한 오영수에게 후배들은 케이크와 분홍색 왕관을 준비해 깜짝 파티를 열어줬다.
공연이 시작되자 만석인 객석에서도 느껴지는 흥분과 달리 노 배우에겐 긴장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회견도 거부하고 "무대로 돌아가겠다. 이 연극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한 그 다웠다.
무대 위의 시간은 80여 년 전으로 돌아갔다. 아늑하게 꾸며진 프로이트의 서재가 유일한 무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1939년 9월 3일 오전, 런던으로 프로이트를 찾아온 이가 있다. 옥스퍼드대의 젊은 교수 겸 작가 C S 루이스(이상윤)가 저명한 정신분석 박사 프로이트(오영수)의 초대를 받고 찾아온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각각 유신론자와 무신론자를 대표하며 사상적으로 충돌한 둘은 현실에선 만난적이 없다. 작가의 상상을 통해 조우한 두 사람은 세계대전 만큼이나 강렬한 충돌을 보여준다.
두 개의 전쟁이 교차했다. 루이스는 책에서 그를 신랄하게 비판한 탓에 초대됐다고 생각해 히틀러처럼 선전포고도 없이 프로이트를 기습한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신의 존재에 대한 그의 변증을 궁금해했다고 맞받아 친다.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물과 얼음 같았다. 무신론자의 농담과 유신론자의 열정이 격돌했다. "당신은 미신을 믿고, 나는 과학을 믿는다"고 비난했지만 암으로 투병하는 프로이트도 죽음이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개종한 루이스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성경을 인용했지만 프로이트의 달변에 말문이 막혔다. 포성이 울리고 전쟁이 발발한 밤이지만, 두 사람의 논쟁은 종교와 인간, 학문과 사랑까지 다루며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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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열연 중인 오영수 배우. [사진 제공 = 파크컴퍼니] |
하루밤의 '마지막 논쟁'을 마치고 루이스는 서재를 떠나간다. "죽음도 삶만큼이나 불공평하구만." 홀로 남은 프로
'라스트 세션'의 프로이트 역은 신구, 루이스 역은 전박찬 배우가 함께 맡아서, 이 날 두 배우와 번갈아 무대에 선다. 공연은 3월 6일까지.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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