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검은 호랑이' 아직 관찰된 사례 없어…상상 속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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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임인년을 맞아 검은 호랑이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2022년 새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로 불리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검은 호랑이가 실존하는 동물인지에 대해선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가 '검은 호랑이의 해'라는 건 연도와 날짜, 시간을 계산하는 전통 역법(曆法)인 60갑자에 근거를 둔 말입니다.
2022년은 그중 39번째인 임인년(壬寅年)에 해당하는데, 임(壬)은 우주 만물을 이루는 5가지 원소인 오행(五行) 중 물(水)을, 5가지 방위를 뜻하는 오방(五方) 중에선 북쪽을 상징합니다.
동서남북에 중앙을 더한 오방에는 정해진 색상이 있어 오방색이라 하는데 북쪽은 흑(黑)색이고, 여기에 열두 동물 중 호랑이를 지칭하는 인(寅)이 결합해 '검은 호랑이'가 된 것입니다.
역법에 따르면 인(寅)이 들어가는 '호랑이해'는 12년마다 돌아오는데 2034년은 청호(靑虎), 그다음은 적호(赤虎), 황호(黃虎), 백호(白虎)가 됩니다.
호랑이가 지닌 민속학적 의미는 풍부한 반면 '검은 호랑이'에 관한 민속학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김형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검은색은 중국에서 들어와 토착화한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것인데 특별한 민속학적인 의미는 없는 듯하다"며 "검은 호랑이는 10여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십이지 동물에 색깔을 붙이는 유행을 따른 것이지 옛날 표현이나 그림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즉 '검은 호랑이'에 대한 관심은 전통 세시풍속이나 달력 이벤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이를 마케팅과 홍보로 연결하려는 업체들의 노력이 맞물린 최근 트렌드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더해 '검은 호랑이'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백두산 호랑이'로 불린 시베리아(아무르) 호랑이 12마리를 보유한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흑호는 청룡이나 백호처럼 중국 음양오행설에서 유래한 상상의 동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호랑이 중 전신이 검은 털로 덮인 개체는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습니다. 다만 인도에 서식하는 벵갈 호랑이 중 몸통의 검은 줄무늬가 보통의 개체보다 훨씬 넓고 촘촘해서 오렌지색 털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검은색을 띠는 개체들이 최근 발견돼 '흑호랑이'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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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호랑이'라고 불리는 벵갈 호랑이 / 사진 = 데일리메일 트위터 |
이항 서울대 수의대
이항 교수는 "흑표범처럼 아주 새까만 호랑이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직 관찰된 사례는 없다"고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