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 "간첩인 남주인공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줘"
지난 3월 청원 답변으로 청와대 "민주화 운동 폄훼 아니야"
JTBC 드라마 '설강화'가 처음으로 전파를 탄 지 하루 만에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해당 드라마 촬영을 중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고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의 답변이 나온 바 있습니다. 청와대는 '설강화'에 대해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청원인은 "해당 드라마는 방영 전 이미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으며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해당 드라마의 방영 중지 청원에 동의했다"며 "당시 제작진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으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1화가 방영된 현재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간첩인 남자주인공(정해인)이 도망가며, 안기부인 또 다른 남자 주인공(장승조)이 쫓아갈 때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 가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솔아 푸르른 솔아'는 민주화 운동 당시 학생 운동 때 사용되었던 노래이고, 민주화 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라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입니다. 청원인은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며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시청할 수 있고, 다수의 외국인에게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영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원인은 끝으로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하며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 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에도 '설강화'에 대한 촬영을 중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바 있습니다. 해당 청원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의 답변을 받았는데, 청와대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국민정서에 반하는 내용에 대해 창작자, 제작자, 수용자 등 민간에서 이뤄지는 자정노력 및 자율적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청와대는 "지나친 역사왜곡 등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해하거나 심의규정을 위반하는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된다"며 "방심위는 시청자 민원이나 방심위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방영된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및 공적 책임 준수 여부를 철저히 심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은 지난 16일 온라인 생중계된 제작발표회에서 "북한의 탈북자 수기로 출발해서 소재 안에 북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는데, 그런 부분은 정치적이나 이념적인 것보다는 사람에 대해 깊고 밀도 있게 들여다 보려고 했다고 생각한다"며 "설강화는 1987년도를 배경으로 하지만 군부정권과 대선정국이라는 상황 외에는 모든 인물과 설정 등이 가상이다. 이렇게 창작한 이유는 수호와 영로 청춘남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고 밝혔
한편, 현재 '설강화'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과 실시간으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톡이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설강화 측은 공지를 통해 "출연자 분들을 욕설, 비방, 악성 댓글에서 보호하고자 방송국과 협의 하에 톡이 비공개로 전환됐다"고 전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