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아 비켜라 / 내 나이가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가수 오승근이 2012년 부른 트로트의 후렴구다. 중장년이라면 누구나 다 흥얼거릴 만큼 유명한 국민가요를 이 사람이 부르면 좀 특별해진다. 현역 최고령 연예인 송해(95)다. '전국노래자랑' MC로 전국민의 희로애락을 전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은 이 트로트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 '송해 1927'와 전설적인 야구선수 최동원의 투혼을 담은 영화 '1984 최동원'이 동시에 극장가를 찾았다. 스크린에 포개지는 일상은 그러나 무대와 달랐다.
송해는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았다. 송해는 주변인에게 "딴따라라는 걸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분"(신재동 전국노래자랑 악단장), "결국은 다 극복하는 분"(엄용수 코미디언)이었다. 후배 MC 강호동은 송해와의 첫 만남을 회고하면서 '보자마자 씨름을 하자고 했던 송해 선생님'을 추억한다.
일견 화려해보이는 무대 아래 일상은 소박했다. 평범한 아파트에서 그는 누룽지에 김치찌개, 계란후라이로 하루를 시작한다. 건강을 지키는 건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이유에서 건강 관리도 철저하다.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건강밖에 없다. 하나도 건강, 둘도 건강, 셋도 건강"이라고 그는 말한다. 삶 이면에서 죽음의 아픔도 있었다. 아들 창진 씨가 1986년 22세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해 먼저 세상을 떠난 것. '자식을 앞세우는' 단장의 생이별 후 "난생 처음 방송 펑크를 냈다"는 후일담은 가슴을 찌른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동명의 책 '송해 1927'도 함께 출간됐다. 책에서 송해는 '인생 최고의 기억'으로 2003년 8월 '평양노래자랑'을 꼽는다. 그는 "아, 난 정말 지상 최대의 쇼를 했다. 그런 통쾌감을 느꼈다. 정말 온 천지를 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1984 최동원'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이었던 한국시리즈의 가을로 관객을 데려다 놓는다. 롯데 자이언츠의 '무쇠팔' 최동원은 1984년 마운드에 선다. 7차전 중 다섯 번을 등판했고 결과는 온 국민이 다 알듯이 4승 1패였다. '완봉승, 완투승, 구원승'의 기록은 마치 만화 속 한 장면을 영화화한 듯하지만 이는 허구가 아니라 실재하는 이야기였다.
모두가 '절대 강자' 삼성 라이온즈의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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