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위원 "즉각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
웹툰 작가 '기안84' 왕따 논란이 일었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편의 당시 제작 계기와 과정이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MBC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전진수 예능기획센터장은 "촬영 콘셉트는 지난 8월 2일 월요일 저녁에 먼저 전현무 씨와 기안84 씨가 출발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후발대로 깜짝 등장하는 것이 처음 기획의 주요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발효되면서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전 센터장은 "따끔한 질책과 중요한 조언을 해주셔서 정말 많이 반성했다. 문제 발생 후에 공식 사과문을 냈는데 그것 역시 너무 형식적이고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공식 사과문에 소상히 담지 못한 당시 제작 상황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저녁 6시 이후에는 사적 모임을 2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부 지침 속에서, 녹화를 끝내고 출발하면 밤이 되는 그 시간에 4인 이상이 모이는 정모를 감행하기엔 당시 여러 가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며 "국가대표 배구팀 선수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2인 플러스 2인이 가능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서 잘못된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제작진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면서 "그 당시에 아이템 자체를 취소하거나, 기안84 씨에게 오늘 어쩔 수 없이 둘만 가기로 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해주고 촬영했으면 이런 비난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이 부분에서 제작진의 깜짝 서프라이즈라는 콘셉트만 유지하고 나머지 출연자들의 출발을 취소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전 센터장은 "기안84 씨의 순진무구한 캐릭터나 엉뚱한 점을 좀 더 살리고 싶었던 게 당시 제작진의 판단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생각이 깊지 못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결코 출연자들의 개별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며 제작진이 촬영 콘셉트를 잡아 기획한 상황임을 말씀드린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이러한 내용이 기안84 씨의 순진무구한 캐릭터를 잘 살릴 것으로만 생각하고 시청자에게 불쾌감이나 따돌림 트라우마를 되살릴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백 번 사죄해도 모자란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종현 위원은 이에 대해 "사실 시청자는 방송이 된 내용을 가지고 판단하고 해석, 평가하는 것이지 제작진의 의도가 긍정적인 것을 따질 이유는 없다"며 "모든 시청자가 '나 혼자 산다'에 되풀이하면서 불편하다고 문제를 제기할 때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제작진이 항상 보이는 반응은 사과문도 늦게 올리고 SNS에 올려서 시청자의 비난을 받았다"며 "논란이 있을 때 즉각 진정으로 사과문을 올리고 그에 맞는 후속 조치를 시행했다면 아마 지금의 수준에까지 '나 혼자 산다'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웹툰 작가 기안84가 10년 동안 연재하던 웹툰 '복학왕'을 끝낸 뒤 이를 축하하기 위한 이른바 '마감 여행'을 '나 혼자 산다' 식구들과 함께 떠나기로 했지만, 전현무 이외에 이 여행에 참여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왕따 논란이 일었습니다.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회원들과 함께 입을 단체 티셔츠를 만들고 함께 놀거리를 준비하는 등 들뜬 모습을 보였지만 제작진 측의 '몰래 카메라'였던 겁니다.
이후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시청자들은 "도가 지나쳤다", "선을 넘었다", "공감도 안 되고 보기 불편하다", "공황장애 있는 사람에게 이러는 건 너무했다", "실내도 아니고 외부에서 촬영하는데 코로나19 핑계가 더 화난다"는 반응을 내비쳤으며, 학창 시절 왕따를 경험한 이들의 트라우마까지
'기안84 왕따' 논란에 관한 민원이 지난 8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가라앉질 않자,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멤버들 간 불화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