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트럼프 시대 선거정치 통해 미국 정치양극화 분석
↑ 미국정치의 양극화 : 오바마, 트럼프 시대의 선거정치 정진민 저 | 역사공간 | 2021년 08월 13일 |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정치의 분열과 대립 양상은 더욱 격화됐습니다. 2020년 대통령 선거 때는 재선을 위해 출마했다가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미국 선거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올해 1월에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확정하는 절차가 진행되던 미국 의회 의사당 건물에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이 난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라 부를만한 사건입니다.
저자는 미국정치의 양극화와 이로 인해 격화되는 정치적 분열과 대립 현상을 분석합니다. 정치적 분극이 심화되기 시작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좌절된 2020년 대통령 선거까지를 들여다 봅니다.
책에서 다룬 미국 정치의 양극화는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정치도 최근 정치적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이로 인한 정치적 분열과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선거 득표율이나 의석점유율에서 다른 정당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한국의 양대 정당은 미국 못지 않게 최근들어 점점 더 분극화되고 있습니다. 정당 내부의 응집력도 그만큼 커지면서 의회 입법과정에서 극심한 대립 양상이 더 자주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반유권자 대부분은 대체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이념적 성향이 강한 열성적인 정당지지자들, 즉 정당활동가(Party Activist)들은 상대 정당이나 상대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 대해 강한 비호감이나 적대감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런 열성지지자나 정당활동가들과 이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선출직 공직자, 즉 정치인과 일반 유권자 사이에는 심각한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입니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정당활동가들이 일반 유권자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자리나 주거, 교육, 의료와 같은 민생현안보다 자신들의 이념적 정치의제에 집중하면서 또 다른 분열을 야기한다는 점입니다. 선출직 공직자들도 이들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음으로써 정책결정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한 종합적인 사고와 균형감각을 상실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정당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정당활동가들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선거에 나선 후보나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은 활동가들의 정치적 요구에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초래된 일반유권자와 정치엘리트 간 간극의 확대는 대중영합주의적 정치인의 등장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상황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단적인 방향으로 진행될수록 정치적 소외감을 갖는 무당파 유권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유권자를 대표하는 정당의 기본적 기능이 약화되는 것입니다. 미국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고, 우리 정치에도 적용되는 문제입니다. 해법은 정당들 간의 협력정치를 증진해 양극화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책이 정당들 간의 협력정치를 증진시켜 한국 민주정치의 안정적인 작동에 도움이 되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데 있어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저자는 밝혔습니다.
↑ 정진민 명지대학교 교수 / 사진 = MBN |
◆저자 정진민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스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외무부 조약국, 아주국, 미주국,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등에서 근무하였고, 한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미국정치연구회장, 한국정당학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미국 UC버클리대학 방문학자 및 일본게이오대학과 쓰쿠바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명지대학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는 『후기산업사회 정당정치와 한국의 정당발전』, 『한국의 정당정치와 대통령제 민주주의』, 『정당정치 변화와 유권자정당』, 「Korean-US Political Parallels and the Trump Presidency」 등이 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