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들인 윤지충 권상연 윤지헌 등 3인의 유골이 230년 만에 발견됐다.
한국 천주교 전주교구(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1일 오전 11시 '호남의 사도 유항검관' 4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해박해(1791년)때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 권상연 야고보 복자의 유골과 신유박해(1801)때 순교한 유지헌 프란치스코 복자 등 3인의 유골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 윤지충 바오로의 손상된 목뼈. 참형의 흔적이다.
순교자들의 유해는 전주시 인근 초남이 성지(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부근에서 발견됐다. 바우배기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신유박해때 처형된 유항검 부부의 묘소가 1914년 전주시 치명자산으로 이전되기전까지 있던 곳으로 순교자들의 유골이 묻혀있다는 풍문이 전해 내려오던 장소다.
↑ 권상연 야고보의 명문이 적힌 백자 사발지석
올 3월부터 시작된 발굴조사에서 나온 유골은 봉분에서 발견된 백지사발에 적힌 명문판독,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등을 통해 복자들의 것임이 1차로 확인됐다. 이후 윤지충 복자의 유골과 해남윤씨 친족 남성 6명을 대조한 Y염색체 부계확인 검사 결과 양쪽의 유전정보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권상연 복자의 경우도 안동권씨 후손들과 혈연관계가 성립됨을 확인했다.
발굴은 호남교회사연구소, 전북대학교 고고인류문화학과,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 권상연
가톨릭계에서는 "이번 유골 발견이 한국교회사, 더 나아가 세계 가톨릭 교회사에 기록될 큰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복자 윤지충은 공재 윤두서의 증손자로 1759년 진산(현 충남 금산군)에서 출생했으며 실학자 정약용과 외사촌간이다. 1783년 서울 명례방(현 명동) 김범우의 집에서 정약용의 가르침을 받고 가톨릭교에 입교해 세례를 받았다. 1789년 베이징에 가서 견진성사를 받고 귀국했다. 1791년(정조 15년) 어머니 권씨가 죽자 위패를 폐하여 불태우고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이 알려지면서 사촌 권상연과 함께 체포됐다. 이른바 '진산사건'이다.
↑ 윤지충
윤지충은 전주감영으로 끌려가 국문을 받았으나 끝내 자신의 과오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해 12월 8일 전주 풍남문 밖 형상에서 불효 불충 악덕 죄로 참수됨으로써 한국 천주교 사상 최초 순교자가 됐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때 권상연 윤지헌 등과 함께 복자품을 받았다.
권상연은 일찍부터 외사촌 동생인 윤지충과 함께 천주교를 신봉했다. 1791년 모친상을 당했을 때 신주를 불사르고 천주교식으로 제례를 행한 사실이 알려져 윤지충과 함께 사형당했다.
↑ 윤지헌
윤지헌은 윤지충
의 동생으로 신해박해때 형이 순교하자 전라도 고산(현 완주군)으로 이주했다. 1795년 고산을 방문한 주문모 신부에게 성사를 받았다. 1801년 (순조 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면서 유항검을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체포되어 10월 24일 능지처참 형을 받고 순교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