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물받이 하수구 쓰레기 투기를 막는 스마일 스티커. |
그런데 빗물받이에 씩 웃는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를 붙이자 쓰레기 투기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2017년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제안으로 서울시와 시흥지가 진행한 빗물받이 오염 예방 캠페인 '스마일 프로젝트'는 공공디자인의 힘을 보여준다. 스마일 스티커는 얼핏 하찮아 보이지만 우리 삶을 쾌적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1991년 캐나다에서 시작해 호주, 스코틀랜드에서 큰 호응을 얻은 환경보호운동 '노란 물고기(Yellow Fish)'를 국내에 적용해 빗물받이 쓰레기 무단 투기를 줄이는데 공을 세우고 있다.
문화역서울284 기획전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거리, 공원, 학교, 골목길, 놀이터, 지하철 등 일상 생활 공간에서 안전, 편의, 배려 등의 가치를 실현한 디자인을 펼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전시로 공공디자인 모범 사례들을 골랐다.
서울 서초구에 설치되기 시작한 '서리풀 원두막'은 요즘 같은 폭염에 꼭 필요한 공공디자인이다. 한여름 횡단보도에서 땡볕을 막아주는 대형 초록 우산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 프로젝트부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주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스트레스 프리존'도 유용한 쉼터다. 지하철 이용객이 대기하는 공간으로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며 모바일기기 충전도 가능하다. 낯선 역에서 헤맬 때 바닥에 붙은 방향 표시 화살표도 작지만 큰 도움이 되는 배려의 공공디자인이다.
공공디자인이 생명을 지키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좀비처럼 걷는 사람들인 '스몸비'들이 건널목 보행 신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바닥에 LED(발광다이오드) 신호등을 설치하고 경각심을 주는 스티커를 보도 경계석에 붙이자 교통사고가 줄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바닥 신호등 덕분에 교통준수율이 90%대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학교 앞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옐로 카펫'도 눈길을 끈다. 횡단보도 진입부 바닥부터 벽면까지 노란색 원뿔 형태로 설치하는 교통안전물이다. 주로 초등학교 반경 300~500m 스쿨존 내 횡단보도가 있는 통학로에 설치된다. 야간조명용 태양광 램프가 설치돼 밤에도 보행자가 쉽게 눈에 띄며, 알루미늄 표시재로 구성돼 벗겨질 염려도 없다.
어둡고 외진 골목길에 가로등 조도를 높이고 안전비상벨을 설치하면 범죄를 줄일 수 있다. 서울 동작구는 공공 안전마을 디자인 덕분에 25개 자치구 중 18위였던 범죄안전도가 2017년 3위로 올라갔으며 범죄발생율도 28% 줄었다.
아이들을 위한 공공시설인 놀이터는 이제 장애와 연령 제한 없이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휠체어와 유아차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하고, 고령자가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을 갖춘 새로운 차원 놀이터가 관람객을 맞는다.
↑ 문화역서울284 기획전 `익숙한 미래`에서 휠체어와 유아차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놀이터가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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