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미술품 전시가 드디어 막이 오릅니다. 그동안 기증 작품 일부가 공개된 적은 있지만 대규모 전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교과서와 화집으로 밖에 접할 수 없었던 대표 명작들이라 기대감이 더해집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박)은 내일(21일)부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연다고 밝혔습니다.
기증품 9천797건 2만1천693점 중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 45건 77점을 엄선해 공개합니다. 전시는 우리나라 전 시기와 이건희 컬렉션의 참모습을 한데 어우러질 수 있게끔 구성하는데 초점 맞췄습니다.
이번 전시의 취지는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 명품을 만드는 선인의 노력, 명품을 지켜온 기증자의 철학 총 세 가지의 철학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기획됐습니다.
전시에는 선사시대 유물인 국보 '청동방울 일괄',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항아리를 시작으로 조선 후기의 도자기와 책장, 민화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겸재 정선이 자신감 넘치는 필치로 묘사한 걸작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강세황이 그린 ‘계산허정도’, ‘계산기려도’도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국내 약 20점만 존재하는 고려불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는 예약자에 한해 30분 단위로 20명씩 입장할 수 있습니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열린 설명회에서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돼서 더 많은 사람이 전시를 보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국현·MMCA)도 내일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시작합니다. 기증받은 1488점 중 작품 58점을 3개의 주제로 나눠 내년 3월 13일까지 선보일 예정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20세기 초중반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모았습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와 ‘산울림 19-II-73#307’도 출품됐습니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김환기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그림입니다. 가로 568㎝로 1950년대에 제작됐습니다.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를 직접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강렬한 붉은 색을 배경으로 주름 가득한 황소 머리를 그린 그림입니다. 또한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흰 소의 전신을 담은 ‘흰 소’도 공개됩니다.
이밖에도 박수근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건희 컬렉션 중에서도 엄선한 명품 중의 명품”이라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귀중한 작품들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