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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낸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씨. 서울 신사동 민음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민음사] |
2주 자가격리 끝에 14일 서울 신사동 민음사 사옥에서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연 그는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첫사랑 같다"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이나 극단적인 사건들을 볼 때마다 이런 것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름의 고민을 담아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이후 5년만에 나온 두번째 에세이다.
책에는 팬데믹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가치들이 따뜻하게 배어 있다. 그가 주식이 아닌 채권 애널리스트이기 때문일까. 견고함은 투자에서나 삶에서나 그가 일순위로 꼽는 핵심 가치다. 달리 말하면 어떤 상황이 오든 살아남는 능력이 견고함이다.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MIT에서는 경영학과 조직학을 공부한 그는 JP모건에서 일한 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에서 의료분야 채권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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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씨가 14일 서울 신사동 민음사 사옥에서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키보드를 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민음사] |
그 역시 장애인으로 수많은 장애물을 건너야 했다. 작게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기 전 뉴저지에서 맨해튼 다운타운까지 두번의 기차와 한번의 지하철을 타야 했다. 출퇴근길 여섯번의 자리를 찾아야 했다는 얘기다. 장애로 인해 불편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나를 연약하게 하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견고한 것이 강하고 단단한 정신력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꾸준해야 하고 유연성이 있어야죠. 또 나를 무너뜨릴 만한 바람을 만나야만 견고하게 세상을 살아갈 정신력의 근육을 만들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전혀 보지 못하는 그는 감정으로 색깔을 인식한다. "제가 좀 속상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 때는 회색의 세상이 펼쳐지고, 아들이랑 같이 놀 때는 아주 밝은 빛이 빛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저마다 빛깔이 있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청년들의 고된 현실로 이어졌다. "아들에게도 말하지만 통계에 따라가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거에 따라가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자신이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창의력 있게 답을 찾아가는 건 어떨까요."
2030 비트코인 열풍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비트코인의 자산이 얼마인지 근거가 없기에 도박에 가깝다"며 "지금 현실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에 희망을 거는데, 자신의 모든 것 혹은 삶의 의미를 건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월가에서 롱런하는 비결이 궁금했다. "회사가 비상장 개인회사라 장기 비전을 추구하고 외부 압력이 적어요. 개인 성과가 적을 때는 보너스가 없을 때가 많죠. 보너스가 없다는 얘기는 회사에서 필요하지 않은 인재라는 말입니다. 그럴 때 뛰쳐나가고 싶다가도 참아요. 아마 여기서 커리어를 마칠 것 같아요."
지난 4월 백신을 모두 접종했다. 의료 전문 애널리스트인 그는 코로나 상황을 어떻게 전망할까. "코로나 사망자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방역은 미국에 비해서 너무 훌륭합니다. 앞으로도 매년 독감 주사 맞듯이 백신을 맞으며 계속 견뎌내야 할 것 같아요. 늦어도 2023년엔 끝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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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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