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오나 배너 팽창식 미끼 전투기 `Falcon(매)`. [사진 제공 = 바라캇 컨템포러리] |
길이 10m에 달하는 이 전투기는 병력을 부풀려 적의 오판을 유도하기 위한 눈속임용이다. 실제 바퀴가 달려 있지만 몸체는 폴리염화비닐(PVC)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투기가 숨을 쉬듯이 서서히 몸을 부풀렸다가 쭈그러들기를 반복한다. 영국 작가 피오나 배너(55)가 송풍기로 전투기에 공기를 주입하고 빼는 작품 'Falcon(매)'을 제작했다. 전쟁과 권력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군용 미끼 전투기를 제작하는 공장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공기를 불어 넣고 빼는 과정을 통해 힘을 더욱 실어주거나 그 힘을 빼앗는 것을 구현했다"며 "힘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미끼 전투기로 만든 영상 작품 'Pranayama Organ(프라나야마 오르간)'이 아시아 첫 개인전에서 상영되고 있다. 고대 인도 호흡법인 '프라나야마'와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 파이프 오르간 선율을 활용한 작품이다. 영상에서는 황폐한 바닷가에서 미끼 전투기 2대가 느릿느릿 몸체를 부풀리고 불길한 오르간 소리가 들린다. 이후 전투기 의상을 입은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춘다. 자연을 찬양하면서도 지배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투사한 전투 의식이라고 한다.
↑ 영상 작품 `Pranayama Organ(프라나야마 오르간)`. [사진 제공 = 바라캇 컨템포러리] |
해양과 난민은 작가의 주요 화두이기도 하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검은 물체를 그린 회화 'Full Stop(마침표)' 연작은 난민의 표류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바람으로 다가온다. 검은 물체는 다양한 서체의 마침표를 확대한 것이다. 작가는 표류하는 마침표를 통해 언어의 실패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한다.
↑ 피오나 베너 `Helvetica(헬베티카)`. [사진 제공 = 바라캇 컨템포러리] |
↑ 피오나 배너 aka 더 배니티 프레스. [사진 제공 = 바라캇 컨템포러리]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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