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환권 '무제' |
이환권 작가(47)는 "이 세상에 없는 상상의 그림자"라며 "겉으로는 좋은 아침을 맞는 것 같지만 남자의 다리가 축 늘어져 힘든 속내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사람을 길게 늘리거나 납작하게 만들어 착시를 일으키는 조각으로 유명한 그가 그림자 신작들을 들고 왔다. 서울 신사동 예화랑 개인전에서 그림자를 통해 실존과 허구를 고민한 조각 10여점을 펼쳤다.
작가는 "이 세상이 잡을 수 없는 그림자처럼 느껴진다"며 "뭔가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작업을 해왔는데 쉽지 않다"고 창작의 고통을 털어놨다.
그래도 세상의 본질을 잡기 위해 이번 전시작들을 제작했다. 어깨에 멘 가방을 잡고 있는 여자의 그림자 다리 길이는 8m에 달한다. 다리 끝부분에 비치는 조명이 만드는 실제 그림자는 여자의 등 뒤쪽에 만들어진다. 우유를 마시는 아기의 납작한 다리는 몸통보다 짧고 발자국이 찍혀 있다. 헤어드라이어로 머리카락을 말리는 아내 발에는 신발자국이 찍혀 있다.
인물의 내면을 반영한 기묘한 조각들은 호기심을 유발하며 현실과 비현실, 진짜와 가짜, 참과 거짓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그림자에는 원래 원인이 있지만, 내 작업의 그림자는 원인도 없다. 아무리 찾아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세상도 비슷하다"며 "눈으로는 보이지만 아무것도 없는 그림자와 같았고, 우리가 보는 현실도 그림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조각 재료는 옥수수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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