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4승1패로 꺾은 지도 5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AI에 대한 환상과 걱정에 빠졌는데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는 AI의 능력이 몇 년 안에 인간을 초월하리라 전망했지만 지금 우리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신간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은 이런 AI 비즈니스의 현주소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세대의 AI를 통해 인간이 원하는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법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딥러닝이 장기적으로 AI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딥러닝으로 설계된 AI는 학습할 데이터양이 아주 많아야 하고 패턴을 식별하려고 일련의 알고리즘을 필수로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국,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딥러닝이 아니라 '딥언더스탠딩'을 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가능한 미래를 예측해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행동을 결정하는 인간만의 인지구조를 기계에 이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은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딥러닝 등 AI의 작동원리와 기술 발달 현황을 비전공자도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공포를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린은 '자연 선택'과 '적자생존'을 주장하는 진화론의 대표 생물입니다. 높은 곳에 있는 먹이를 먹기에 최적화된 긴 목이 살아남은 결과라는 주장인데 실제 기린은 먹이가 부족한 건기에도 주로 덤불이나 어깨 높이보다 낮은 곳에 있는 잎을 뜯어먹으며, 칼로리 소비가 큰 기린일수록 더 위험합니다.
기린의 긴 목이 생존을 위해 최적으로 진화된 것이라는 판단에 의문이 생기며 기린의 목은 진화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다니엘 S. 밀로는 최적의 존재만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하며 진화를 설명할 새로운 방식으로 '굿 이너프' 이론을 제시합니다.
굿 이너프는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최적의 형질로써 자연에 선택된 것이 아니라, 그저 도태될 만큼 아주 나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 자연에 존재하는 것은 저마다 약점을 가진 생물들인데 인류를 발전시킨 뇌 역시 초기에 아무 기능 없이 뿔 매미 같은 머리 장식이 유지되는 등 오히려 단점만 관찰됐고, 환경적 충격으로 개체군 숫자가 급감해 멸종 위기에 내몰리는 바람에 멕시코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북방코끼리 물범처럼 우수한 능력이 아닌 '운' 덕분에 살아남은 생명체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오히려 자연선택이론이 무시했던 '평범함'이 수많은 생명을 이끌었음을 강조하는데 결점이 있고 평범한 종도 살아가는 데 별문제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간이 내일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비효율과 낭비에 가깝지만, 그 내일이 있기에 인류가 발전해 왔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인류 사회에서 적자생존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탁월성을 추구하기 때문인데 저자는 더 나아지지 않으면 곧 도태될 것처럼 경쟁사회를 만든 것은 이러한 인간 뇌의 특성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류가 자연에서의 생존, 그리고 유전 형질을 물려주려는 경쟁에서 이미 모두 승자가 된 오늘날, 현대사회의 경쟁은 단지 경쟁을 위한 경쟁에 불과하며 1등이란 하나의 가치에 매몰되지 않는 삶의 방식을 제안합니다.
뇌는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존재해왔고, 의학과 과학이 최첨단으로 발달한 오늘날까지도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실제 뇌는 특정 시기까지만 발달하고 이후로는 쇠퇴한다는 게 최근까지의 통념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생 뇌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나이 들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거나 나이 먹으면 뇌도 늙는다는 말은 더는 '팩트'가 아닙니다.
CNN 의학전문기자로 에미상을 받기도 한 미국 신경외과 의사 산제이 굽타는 지난해 출간해 아마존 건강 분야 1위를 차지한 이 책에서, "많은 사람이 뇌를 만지거나 개선할 수 없는 일종의 블랙박스라 믿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뇌는 나이나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평생 꾸준히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뇌 구조를 근육 단련하듯 강화시키고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고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을 통해 '늙지 않는 뇌'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고 총명하고 예리한 뇌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을 12주 프로그램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종합 전략을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80세 이상의 노인 중에도 20~30대 젊은이들처럼 예리한 기억력을 가진 '수퍼 에이저' 집단이 있는데 이들의 대뇌 피질은 50대와 비슷할 정도로 두꺼운데 과학자들은 이들이 전적으로 유전자의 영향만 받는 것은 아니며, 생활 방식이 뇌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저자는 여러 해 동안 치매 환자 치료와 언론 보도를 하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더 잘 살고 더 오래 사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앨리스 하트의 잃어버린 꽃'은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 출판상(ABIA)에서 '올해의 소설 상'을 받은 장편소설로 운명에 굴하지 않는 여성들의 우정과 회복력, 가족애와 사랑을 이국적인 오스트레일리아 야생화의 꽃말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극적 사건들을 겪고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홉 살 소녀 앨리스 하트는 존재조차 몰랐던 할머니 준과 함께 살게 됩니다. 준은 오스트레일리아 내륙의 한 벽촌에서 야생화를 재배하면서 가족을 잃은 여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농장의 주인인데 야생화 농장에서 할머니와 함께 새 삶을 시작한 앨리스는 말로는 하기 어려운 얘기들을 야생화의 꽃말을 이용해서 전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합니다.
비밀스러운 가족사를 끝내 알려 주지 않는 할머니와 늘 고민하던 앨리스는 어느 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고 도망치듯 중부 사막으로 떠난 앨리스는 그곳에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집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운명의 굴레를 벗고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주인공의 극적인 성장 서사가 바닷가 사탕수수밭에서 내륙의 아름다운 야생화 농장으로, 그리고 원주민의 신화가 숨 쉬는 중부 사막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배경에서 펼쳐집니다.
많은 사람이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준비하고, 열심히 또는 마지못해 회사에 다니고,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해야만 하도록 정해져 있던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데 어느 날 문득 멈춰 서 생각해보면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일러스트 작가 정미령의 그림 에세이 '마음만은 공중부양'은 2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무리씨'의 생각과 고민에 대해 담담하고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무리씨는 "인생이 무리"라고 말하는 그림 작가로 내 탓 하기와 관찰하기, 생각하기가 취미입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고, 돈에 연연하지 않고 사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늘 돈 없음에 아쉬워하며, 인간은 모순덩어리라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무리씨는 서른셋에 회사를 그만두고 모아놓은 돈을 쓰기로 한 뒤 자유로운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