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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고은 소설가. [매경DB] |
1일(현지시간) 소설가 윤고은 장편 ‘밤의 여행자들’ 영역본이 대거 상 번역 추리소설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영국추리작가협회(CWA)에서 시상하는 대거 상은 추리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 이름을 따서 만든 미국의 ‘에드거 상’과 쌍벽을 이루며 전세계 추리문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그는 “작품에 새로운 방향성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며 “벽이 허물어지고 내 작품들을 새롭게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CWA는 대거 상 번역 추리소설 부문 수상작에 윤고은이 쓰고 리지 뷸러가 번역한 ‘The Disaster Tourist’(재난여행자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2019년까지 ‘CWA 인터내셔널 대거 상’으로 불린 이 상은 심사 기간 중 영역 출간된 추리소설(스릴러·서스펜스·스파이 소설 등 포함)에 시상한다. ‘밤의 여행자들’은 ‘오베라는 남자’로 유명한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Anxious People’를 비롯 록샨느 부샤르·드로르 미샤니·미카엘 니에미·앙네스 라바튼 등 5명 작가들 작품과 최종후보에 올라 경쟁했다. 시상식은 온라인을 통해 한국 시간으로 오전 3시 30분부터 열렸다. 윤고은의 수상은 4시가 넘어서 발표됐다. 그는 “홀로 아시아 작가라 새벽에 시상식에 참여했다”며 “한밤중에 대기하다가 이름이 불리고 화면이 클로즈업되니 다른 차원의 웜홀이 열리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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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줄곧 자본주의의 탐욕과 비인간성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견지한다. 선박회사 폴은 무이에 쏟아 부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예상되는 인공 재난 프로젝트를 강행하려 한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철저히 소외된다. 각자가 폴의 지시를 받고 구덩이를 파거나 트럭을 몰거나, 대사를 외울 뿐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알지 못한다. 말미로 갈수록 인간의 부품화는 더욱 명징해진다.
“모든 것이 착실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사소한 문제들도 생겨났다. 몇 사람이 사라졌다. (중략) 그러나 부품 몇 개가 없다고 돌아가지 못할 기계는 아니었다. 빈자리는 또 다른 사람들이 채웠다.”(190쪽)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기후변화가 글로벌 자본주의의 압력과 어떻게 불가분한 관계에 놓이게 되는지 보여주는 재밌는 에코스릴러”라고 했고, 미국 주간지 디 애틀랜틱은 “자본주의에 대한 음산한 풍자”라고 평했다.
2013년 국내 독자들에 선보인 ‘밤의 여행자들’은 지난해 영미권에 영역 출간됐다. 향후 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대만)로도 번역 출간 예정이다. 그의 소설집 ‘1인용 식탁’도 리지 뷸러 번역으로 미국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영국의 대표 추리문학상인 대거 상은 '골드 대거 상'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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