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이후 대량 폐기…재활용 염두한 것으로 추정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예상치 않게 조선시대 금속 유물들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문화재청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은 이곳에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천600여 점을 비롯해 물시계 부속품 주전, 일성정시의, 화포인 총통 8점, 동종을 찾아냈습니다.
오늘(2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금속활자와 물시계 부속품 추정 유물만 도기 항아리에 담겨 있었고, 상대적으로 큰 나머지 유물은 주변에서 출토됐습니다.
활자를 제외하면 모두 일정한 크기로 부러뜨린 채 묻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활자 중 일부는 불에 타 엉겨 붙어 있기도 했습니다.
발굴조사를 맡은 수도문물연구원 오경택 원장은 "조사 중에 도기 항아리를 보니 금이 나 있었는데, 조각이 떨어지면서 공깃돌 같은 파편 두세 개가 떨어졌다"며 "세척해 보니 금속활자여서 항아리를 통째로 연구원 수장고로 옮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물이 나온 지점은 종로 뒤편에 있는 작은 골목인 피맛골과 인접한 땅으로 조선 전기까지 한성부 중부 8방 중 하나로, 경제·문화 중심지인 견평방(堅平坊)에 속해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물이 확인된 곳은 고고학적으로 큰 의미를 둘 만한 장소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 원장은 "건물터 형태를 보면 매우 특이하다"며 "관(官)이 지은 건물은 아닌 듯하고, 서울 시내에서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주택의 일자형 혹은 ㄱ자형 창고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수습한 유물이 일반 민가에서 소유할 만한 물건은 아니라는 점에서 출토 위치가 상당히 미스터리"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유물 매장 상황을 봤을 때 누군가가 금속품을 모아 고의로 묻었고, 나중에 녹여서 다른 물건으로 만드는 '재활용'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 원장은 "도기 항아리를 기와 조각과 작은 돌로 괸 것을 보면 인위적으로 묻은 정황을 알 수 있다"며 "제작 연대를 알 수 있는 유물 중 화포인 소승자총통
이에 문화재청 관계자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누군가가 유물을 모아서 폐기했을 수도 있다"며 "금속 유물을 무더기로 묻은 이유는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