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물건을 팔아 요트로 세계 일주를 떠나기로 한 송호준 작가가 다음달부터 전세계 여행에 나선다.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한지 8개월여 만이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송 작가는 최근 요트를 구입해 세계 일주 준비에 들어간다고 최근 밝혔다. 요트는 카탈리나400으로, 중고로 1억원대에 구입했다.
전세계 처음으로 개인이 만든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 주목 받은 송 작가는 지난해 10월 인공위성을 포함해 자신이 좋아했던 모든 물건을 중고 거래로 팔아 그 수익으로 요트를 구입한 뒤 세계 여행을 떠나는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당시 송 작가는 프로젝트 기획 의도로 "전 재산을 다 팔아 요트를 사려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이 정도는 내 뜻대로 해도 괜찮겠지'란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는 인공위성은 물론, 낚시·캠핑용품, 방사능(우라늄) 목걸이, 악기, 기계 부품 등을 번개장터에서 판매했다. 괄약근을 조이는 방식으로 선생님에게 수업 피드백을 보내는 이색 항문 컴퓨터 인터페이스도 팔았다. 중고 고전압 절연용 테이프를 '라이츄(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고전압 포켓몬)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절연용 테이프'로 소개하는 등 이색 중고 상품과 상품 설명으로 눈길을 끌었다.
↑ 작업실에서의 송호준 작가. [사진 : 번개장터] |
송 작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고 물건을 팔아 마련한 판매 수익은 4000만원이 넘는다. 지난 8개월 동안 본인 소유의 1995년식 지프 자동차를 포함해 약 250개의 중고 물건을 팔았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촬영에 쓰인 DMX 장비는 13만원에, 송 작가의 개인 작업 파일이 모두 담긴 17인치 맥북 프로는 70만원에 거래됐다. 아쉽게도 2억원대 개인 인공위성은 아직 구매자를 찾지 못했다.
송 작가는 "프로젝트 취지 중 하나가 물건에 대한 애착을 내려놓고 작업장을 해체하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었는데 중고 거래를 통해 기억에 남을 일을 많이 만들었다"고 전했다.
송 작가로부터 목공 등 3D 소품 제작이 가능한 롤랜드 CNC를 구입한 구매자는 바다로 떠날 때 챙기라며 송 작가에게 참치 통조림을 선물했다. 송 작가의 지프 자동차 구매자는 800만원이란 고액에도 실제 물건을 보지 않은 채 송 작가가 촬영한 사진과 비디오 만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송 작가는 오는 25~27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 송 작가의 작업실에서 개인전을 열고 아직 팔리지 않은 작품을 전시·판매할 계획이다. 전시장에 있는 모든 물건을 판다. 개인전에서는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 1년여의 여정을 담은 아카
송 작가는 "개인전이 끝나면 다음달부터 러시아 캄차카 반도 등으로 세계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면서 "당장 세계 일주는 어렵겠지만 요트 여행을 하며 조금씩 땅에서 벗어나 물리적인 걸 멀리하고 최소한의 삶을 사는 연습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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