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자베스1세 여왕의 총애를 받은 월터 랠리 초상화.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에 걸린 그의 초상화는 대영제국 토대를 만든 여왕의 위풍당당함을 보여준다. 손에 쥔 붉은 장미는 튜더 가문의 상징이다. 헨리 8세가 사형시킨 두번째 왕비 앤 불린 딸로 태어나 배다른 언니 메리 여왕의 견제로 런던탑에 갇혀 있었던 그가 왕조를 계승해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드러낸다. 스페인 무적 함대를 제압하고 유럽 최강국을 세운 여왕은 본인 이미지까지 세심하게 통제했다. 니컬러스 힐리어드가 1575년 그린 그의 초상화를 적외선으로 촬영한 밑그림에서 눈과 코 위치를 수정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
세 사람의 초상화를 비롯한 국립초상화미술관 전시작 78점은 인물의 특징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관계, 은밀한 역사까지 드러낸다. 이번 전시장 입구에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초상화가 걸려 있다. 1856년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창립 당시 최초 소장품으로 셰익스피어 생전에 그린 유일한 초상화로 추정된다. 18세기 골동품 연구가 조지 버츄에 따르면, 테일러라는 배우이자 화가가 그렸으며 금귀고리를 착용한게 인상적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초상화.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
↑ 슈발리에 데옹.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
↑ 앤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
영국 개념미술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이 제작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 초상화는 시시각각 색깔이 변하는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무작위로 색을 선택해 화면이 변하기 때문에 같은 이미지가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초상화 기술 뿐만 아니라 표현 방법도 다채롭다. 세계에서 가장 그림값이 비싼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찰리와 함께한 자화상'(2005년)은 뉴욕 출신 큐레이터 찰리 샤이프스를 뒤에 두고 이젤 앞에 있는 작가 자신을 그렸다.
↑ 데이비드 호크니 `찰리와 함께한 자화상`.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
그레이슨 페리 '시간의 지도'(2013년)는 인생 경험과 감정을 드러낸 성곽 도시 지도 한가운데 아주 작게 얼굴도 보이지 않는 자화상을 그렸다.
전시를 기획한 양수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그림 한 점에 한 사람의 일생이 압축돼 있다"며 "초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정말 그 사람을 만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눈을 마주치면 어떤 삶을 산 사람인지 궁금해지고 상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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