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섭 `황소`. [사진 제공 = 삼성] |
삼성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 쾌척한 한국과 서양 근대미술작품 1488점은 미술관의 부족한 소장품(기존 8782점)을 순식간에 메워주는 '세기의 기증품'이다. 연간 소장품 구입비 48억원에 불과한 이 미술관에 '그림의 떡'이었던 400억원대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100억원대 김환기 푸른 점화 '산울림'과 '여인들과 항아리', 70억원대 박수근 '소와 유동' '절구질하는 여인' '농악', 50억원대 이중섭 '황소' '흰소', 500만달러(약 56억원)를 넘기는 살바도르 달리 '켄타우로스 가족' 등 거액 대작들이 일시에 소장품 목록에 올랐다. 국립현대미술관 직원들은 전시할 때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대여해오던 작품들을 첫 대면하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이 걸작들을 관리할 수장고가 부족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청주관에 수장고와 전시관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삼성가로부터 기증 제안을 받은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새 건물을 지을 대지가 청주관 밖에 없는데 서울과 거리가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근대미술관 건립을 검토중인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 서울관에서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유영국 등 한국 근대 작가 작품 40여점을 모은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을 펼칠 계획이다. 9월에는 과천관, 내년에 청주관 등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공개한다. 모네, 샤걀, 달리, 르누아르 대표작은 내년에 공개할 예정이다.
2만1600여점을 기증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수장고를 증축해 관리 공간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지난 19일부터 이건희 컬렉션 운송을 시작했지만 기증품 수량이 워낙 방대해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6월부터 대표 기증품을 선별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을 시작으로 유물을 공개한다. 기증품 가치를 조명하는 학술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6월 전시에는 대표 기증품인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와 '감지은니 불공견삭신변진언경 권13'(국보 제210호), '청자상감모란문발우 및 접시'(보물 제1039호), 단원 김홍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제2015호) 등 주요 국보·보물 등을 펼칠 계획이다.
이건희 컬렉션이 이미 도착한 지역 미술관들도 서둘러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박수근 '아기 업은 소녀' '농악' '한일' 등 18점을 기증받은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은 5월 6일부터 10월 17일까지 특별전으로 펼친다. 대구미술관은 오는 12월 특별전 '웰컴홈'(가제)을 통해 기증품 21점을 공개할 예정이다. 대구 출신 작가 이인성 대표작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이쾌대 '항구', 서동진 '자화상', 서진달 '나부입상', 변종하 '오리가 있는 풍경' 등이 전시장에 걸린다. 올해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은 진도 출신 의재 허백련 '산수화첩', 신안 출신 김환기 '무제', 고흥 출신 천경자 '만선' 등을 9월 1일부터 두 달간 전시한다. 오지호 '추경', 이응노 '문자추상' 등 30점을 기증받은 광주시립미술관은 내년 봄에, 이중섭 작품 '섶섬이 보이는 풍경' '해변의 가족' 등 12점을 받은 제주 이중섭미술관은 오는 9월 공개한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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